애경그룹은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차입 부담이 커졌다. 조달 여력이 있었던 지주사 AK홀딩스가 차입금을 늘려 자회사 제주항공과 AK플라자로 시설·운영·채무상환 자금을 출자했다. 코로나 영향권에서 벗어나면서 현금 창출력이 살아난 제주항공부터 차입금을 줄여가고 있다.
AK홀딩스는 2020년부터 매년 연결 기준 총차입금이 증가했다. 2019년 말 7040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은 지난 3분기 말 1조5137억원으로 약 2배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03%에서 297%로, 차입금 의존도는 16%에서 29%로 상승했다.
코로나 초기에는 지주사 별도 기준, 저비용 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의 연결 기준, 백화점을 운영하는 AK플라자의 별도 기준 차입금이 각각 늘었다. 지난해부터는 제주항공 차입금이 줄였지만 화학부문 자회사 애경케미칼 차입금이 늘며 AK홀딩스 연결 실체 총차입금이 증가했다.
AK홀딩스는 코로나 전 별도 기준으로 조달이 활발한 지주사는 아니었다. 2019년 말 순차입금은 887억원,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18%, 15%였다. 코로나가 터진 뒤에는 자회사 제주항공, AK플라자 자본을 확충해줘야 했다. AK홀딩스는 계열사 배당수익과 차입금을 합해 증자 대금을 마련했다.
AK홀딩스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주항공과 AK플라자에 각각 2669억원, 791억원을 출자했다. 그룹 정보기술(IT) 서비스 계열사 AK아이에스에도 195억원을 쐈다. 올 3분기 말 AK홀딩스 별도 기준 순차입금은 2019년 말보다 약 5.5배 증가한 4930억원이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97%, 차입금 의존도는 49%다.
제주항공은 지난해부터 차입금과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상환 중이다. 잉여현금흐름(FCF)과 기존 유동성을 투입해 차입금을 줄였다. 2019년 말 573억원이었던 제주항공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2021년 말 3929억원까지 늘었다가 올 3분기 말 2422억원으로 줄었다. 올 3분기 말 리스부채를 포함한 총차입금은 2019년 말(5692억원)보다 17% 증가한 6682억원이다.
재무안정성 지표 개선도 뒤따랐다. 2021년 말 588%였던 제주항공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올 3분기 말 391%로 내렸다. 같은 기간 리스부채를 포함한 차입금 의존도는 54%에서 35%로 떨어졌다.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인 AK플라자는 차입금을 늘리면서 추가로 자본을 확충했다. 2019년 말 391억원이었던 AK플라자 별도 기준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2499억원으로 늘었다. 오는 19일 운영자금 1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주주배정 증자도 진행한다. 최대주주(지분 60.2%)인 AK홀딩스는 600억원을 납입한다.
2021년 화학 계열사 AK엠텍(생활 화학), 애경화학(합성수지)을 합병한 애경케미칼은 지난해부터 차입금을 늘렸다. 화학산업 침체(다운 사이클)로 현금 창출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애경케미칼은 지난해와 올 3분기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보다 유·무형 자산 취득액이 더 컸다. 자금 소요에 대응하면서 2022년 말 1423억원이었던 순차입금은 올 3분기 말 2902억원으로 늘었다.
AK홀딩스 주요 자회사 중 생활용품·화장품을 제조·판매하는 애경산업은 재무안정성을 양호한 상태로 유지했다. 애경산업은 코로나 전부터 연결 기준으로 총차입금보다 보유 현금이 많은 순현금 상태를 지속했다. 올 3분기 말 순현금은 209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