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홀딩스의 새 CFO 이수미 부사장은 고(故) 이수영 회장이 중용해 오래 전부터 회사의 인재로 키운 인물이다. 능력이 워낙 출중해 전략기획 라인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왔다. 덕분에 그룹 내 최연소 여성 임원, 공채 출신 최초의 여성 부사장이란 화려한 타이틀이 그를 따라다녔다.
그동안 OCI의 굵직한 현안을 처리했던 만큼 이젠 OCI홀딩스 새 CFO(최고재무책임자) 및 COO(최고운영관리자)로서 그룹 중장기 경영 전략 및 재무관리의 중책을 맡게 됐다. 특히 트럼프 2.0 시대의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사업회사 OCI의 신사업인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 등 그룹 전반 내 전략적 판단이 중요해진 가운데 이 부사장이 적임자로 꼽혔다는 평이다.
◇그룹 내 입지 ‘탄탄’…전략기획 부문 ‘두각’, 계열사 이사회 경험도 26일 OCI 관계자는 “이 부사장은 타계하신 이수영 회장이 눈여겨보고 발탁해 옛날부터 회사서 키워온 인재”라며 “여러 업무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고 41세로 그룹 내 최연소 여성 임원 타이틀을 단 이유가 있다”고 평했다.
1973년 생인 이 부사장은 OCI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지 일년 반 만에 OCI홀딩스로 건너가 CFO와 COO를 겸직하게 됐다. OCI는 작년 5월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OCI홀딩스와 화학회사 OCI로 나뉘어졌다. 지주사 출범과 함께 오너가 3세인 이우현 회장의 3세 경영이 본격화한 상황이다. 이번 인사에서 이 부사장이 계열사들을 총괄하는 지주사로 발령받은 것만 봐도 그의 입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 부사장은 과거 줄곧 전략기획 라인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2012년 말 OCI 경영기획부 담당(상무보)에 오른 뒤 일 년 뒤 상무로 승진하면서 전략기획부를 맡았다. 2015년 초 다시 경영기획부로 돌아와서 8년 6개월가량을 지냈다. 2022년 초 전무 승진한 그는 2023년 5월 OCI CSO(최고전략책임자)로 활약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최초 여성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브레인으로 오래 전부터 그룹의 굵직한 사업 구조조정에 참여해왔다. 2014년 OCI-SNF 지분 50% 매각작업, 2015년 OCI머티리얼즈 매각 및 OCIR 지분 매각 작업 등 비주력사업 정리, 신사업 투자 등을 주도한 바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그룹 핵심 인물로 발탁된 만큼 상무 시절 계열사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2021년 5월 OCI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겸임했던 마크 리 부사장이 사임하면서 리 부사장이 담당했던 OCISE, OCI스페셜티의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이 부사장이 꿰찼다. 작은 계열사지만 이사회 경험까지 쌓은 셈이다.
◇트럼프 불확실성 전략적 대응,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신사업 안착 '과제' 현재 OCI홀딩스는 과제가 산적해있다. 무엇보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외생변수로 떠올랐다. 선거 때부터 ‘전통 에너지로의 회귀’ 의지를 드러낸 트럼프 당선인은 내각 인선에서도 에너지 정책을 총괄할 핵심 요직에 친(親)화석연료주의자’를 채우는 중이다. 국내 태양광 ‘빅2’ 중 하나인 OCI로서는 고심스러운 대목이다.
미국에서 태양광 밸류체인 확장을 검토 중인 OCI홀딩스 입장에선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시장 전체가 위축된다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은 점은 호재일 수 있다. 현재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태양광 분야에서는 반사이익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OCI홀딩스는 여러 불확실성 속에서 그때 그때 적절하고도 신속한 전략적 판단이 중요해졌다.
이 부사장은 과거 미중 사이의 긴장감이 고조됐던 2014~2017년 당시 반덤핑 관세 등에 대응한 경험이 있고 무역분쟁 관련 불확실성 속 원가전략을 짠 일도 있다. 특히 그룹에서 영어 구사능력도 수준급으로 알려진 만큼 글로벌 정책 속 OCI가 나아가야 할 길을 잘 모색할 것이란 평을 받는다.
현재 OCI홀딩스는 태양광 사업 외 지주사 입장에서 OCI의 신사업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에 힘을 쏟아야 하는 중요한 과제에 당면해있기도 하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현재 OCI그룹이 큰 비중을 두고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제품이다.
군산공장에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지만 일본 화학전문기업 도쿠야마와 말레이시아에서 조인트벤처(JV) 설립해 그룹 성장동력으로 확대할 계기를 마련 중이다. 상반기 합작사 설립을 예상했으나 지연되면서 하반기로 밀린 상황이다. 이우현 회장이 최근 방한한 안와르 이브라힘(Anwar Ibrahim) 말레이시아 총리와 단독 면담을 가지며 현지 투자를 위한 상호협력을 논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번 OCI그룹 인사에서도 김택중 부회장과 김유신 사장의 OCI홀딩스 및 OCI 겸직 발령을 놓고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사업에 사활을 건 그룹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사업을 직접 담당하는 OCI와 지주사 간 신속한 연결고리를 마련했다는 얘기다. 이 부사장의 인사 역시 같은 결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렇듯 OCI홀딩스의 CFO 및 COO로서 지주사 최적의 투자 전략과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는 한편, 신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게 그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