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테크는 2000년 설립된 반도체 공정장비 전문기업이다. 반도체 웨이퍼 처리공정 가운데 기판 위에 박막을 형성하는 장비를 제조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D램 양산 장비를 개발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국내 반도체 산업이 성장하면서 함께 외형을 키웠다. 오너이자 이사회 의장인 엄평용 대표의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발판삼아 성장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엄 대표의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이사회 발달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사회 구성원이 총 3명으로, 오너와 대표 중심으로 구성된 데다 사외이사도 한명뿐이라 견제기능도 발달하지 못한 편이다. 다만 올해 5~6월 주가가 치솟으면서 경영성과 지표는 상대적으로 고득점을 받았다.
◇이사회 구성원 총 3명…사외이사는 한명뿐 더벨은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해 5월에 나온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유진테크의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255점 만점 대비 107점으로 산출됐다.
이사회 구성 부문 평균점수가 1.1점으로 가장 낮았다. 9개 중 8개 항목에서 1점을 받으면서다. 먼저 엄평용 대표이사가 최대주주이면서 이사회 의장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오너가 의장을 맡을 경우 이사회의 독립성 측면에서 최하점을 부여한다. 이사회 구성원이 3명 이하이면서,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이 낮은 점도 감점 요인이었다. 유진테크의 이사회는 엄 대표를 포함해 신승우 대표이사(사장)과 남기만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사외이사 비율이 50% 미만으로 최하점을 받았다.
소위원회가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유진테크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등 소위원회를 따로 두지 않고 있다. 의무 설치 대상은 아니지만, 소위원회가 1개도 없다는 점에서 여러 항목에서 감점을 받았다. 이외에도 감사 지원조직은 있으나 이사회 지원조직은 따로 없었고, BSM(Board Skills Matrix)도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사항이었다.
참여도 부문 평균점수는 2.0점을 기록했다. 이사회가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이사회 구성원들이 성실하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감사위원회 회의나 사외이사 후보 풀에 대한 관리활동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다만 사외이사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가점 요인이었다.
◇주가 상승에 경영성과 지표 대폭 개선 견제기능 부문에서는 임원진 보수 항목의 점수가 높았다. 평균 점수는 1.9점으로 낮았지만, 스톡옵션이 부여되고 있다는 점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유진테크는 등기임원 및 미등기임원, 직원들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 등기이사의 평균 보수가 2억4000만원으로 미등기임원의 평균보수 8100만원보다 높다는 점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등기임원이 책임경영을 한다는 차원에서다.
정보접근성 부문은 평균 점수 2.0점으로 참여도와 함께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았다. 이사회와 개별 이사의 활동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서 이사회 의결사항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접근성을 높였다. 다만 사외이사추천위원회가 없고, 주주환원정책을 따로 공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접근성을 저해하는 요소였다.
유진테크는 평가개선 프로세스 부문에서 평균 1.9점을 받았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아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아서다. 유진테크는 이사회에 대한 내부 평가 및 이에 대한 개선안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 이사회 활동에 대한 평가는 외부, 내부 평가 모두 이뤄지지 않아 1점이 부여됐다. 다만 이사회 구성원 중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 없다는 점은 5점을 받았다.
경영성과 부문은 평균 점수가 3.5점으로 가장 높았다. 올해 상반기 주가가 급등하면서 주가 관련 지표가 개선된 영향이 컸다. 유진테크는 올해 초 주가가 3만2000원 수준이었으나 5월 말 한때 6만원을 터치했다. 이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주가수익률, 총주주수익률(TSR)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의 경우 평균치보다 낮은 성적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