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오테크닉스는 코스닥 시장에서 반도체 레이더 대장주로 거론된다. 1989년 성규동 회장이 창업해 레이저 광학 기술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팠다. 최근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개화와 함께 실적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이사회 평가 결과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다르다. 창업자의 강력한 리더십에 따르는 경영 방식 탓인지 좋은 성적을 받기 힘든 이사회 체계를 갖추고 있다. 유일하게 호평을 받은 것도 경영 성과다.
◇구성·견제기능·평가개선 '1점대' 머물러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 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오테크닉스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이오테크닉스의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02점으로 산출됐다.
대부분의 지표에서 부진한 성적을 면하지 못했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지표는 이사회 구성이었다. 평균 1점을 받는데 그쳤다. 평가상 최하점이 1점이니 모두 1점을 받은 셈이다.
이오테크닉스는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성규동 회장을 포함해 3명의 사내이사를 선임한 상태다. 반면 사외이사는 정정주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 1명뿐이다. 이사진 구성 자체가 단출하니 이사회 내에 별도의 소위원회도 없다. 감사위원회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같은 위원회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사회 견제기능은 그 다음으로 점수가 낮다. 평균 1.4점을 획득했다. 마찬가지로 사외이사 자체가 적어 견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웠다.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 회의가 진행되기 어려운 여건이다. 감사위원회도 없어 하나은행 지점장 출신 임종재 감사가 홀로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사회 평가 역시 부재했다. 평가개선 프로세스 지표의 평균 점수는 1.7점이었다. 이오테크닉스는 코스닥 기업이기에 아직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지 않는다. 이사회 평가가 알려지기 어려운 여건이다. 따라서 평가 절차를 통한 이사 재선임에 반영될 수 없는 구조다.
외부 평가기관에서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은 이오테크닉스에 대해 D등급을 매겼다. 환경 영역에선 C등급을 얻었지만 사회·지배구조에선 D등급을 받았다. 한국ESG기준원은 7개 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D등급이 가장 낮은 점수다. 매우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해 체제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10%' 부채비율, 눈에 띄네
그나마 총점을 끌어올린 건 경영성과다. HBM이란 훈풍을 타고 지난해 압도적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KRX300 소속 비금융기업이 작년 한 해 동안 평균 26%의 주가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이오테크닉스는 2배 넘는 135% 올랐다.
지난해 매출은 3164억원, 영업이익은 2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 29%, 69%씩 줄어들면서 수익성 지표에 소폭 아쉬움을 남겼다. ROE와 ROA도 각 6.61%, 5.93%로 ROE는 KRX300 비금융기업 평균을 하회했지만 ROA는 이를 훌쩍 넘어섰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압도적인 재무건전성이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8%를 나타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총차입금보다 현금이 더 많은 순현금 체제를 이어왔다. 차입금이 적으니 이자 지급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이자보상배율이 80배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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