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바이오 기업 보령이 올해 처음으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제출했다. 올해부터 자산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서는 기업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탓이다.
새내기 공시 주자여서일까. 이사회 평가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받았다. 이사회 의장은 사내이사인 김정균 대표이사가 맡고 있었으며, 이사회 규모(총 6명)도 다소 작다. 견제 기능 역시 미비한 편으로 분석됐다.
평점을 끌어올린 항목은 다름 아닌 경영성과 지표였다. 대부분의 평가 지표에서 KRX300 평균치를 웃도는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다소 아쉬운 이사회 평가 점수를 경영성과로 보전한 모습이다.
◇255점 만점에 130점…견제기능 최저점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하자 보령은 255점 만점에 130점을 받았다.
보령의 견제 기능 지표가 평점 1.6점으로 최저치로 기록됐다. 등기이사 대비 미등기이사의 보수 비중이 50% 미만이어서 준수한 평가(4점)를 받기도 했지만,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의 회의가 연 4회 미만으로 열리는 점은 최저점으로 평가됐다.
이어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마련하지 않는 점,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 미비도 아쉬움을 남겼다. 내부거래에 관해 이사회에서 적절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고, 감사위원회가 부재한 점도 감점 요인으로 여겨졌다.
구성 지표에서는 평점 1.8점을 기록했다. 이사회가 다양한 연령과 경력을 지닌 점에서 준수한 평가(4점)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사회 의장이 대표이사였으며, 이사회 총원이 6명 내외인 점, 이사회 내 위원회 수가 2곳인 점으로 2점을 받는 데 그쳤다.
게다가 이사회 지원 조직이 운영되지 않고 있었고,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50% 미만인 점 등으로 인해 각각 최저점을 받았다. 보령은 이사회 구성 점수가 2점 미만으로 집계가 됐다.
◇최고점 경영성과 지표로 평점 '보전'…올해 첫 공시 의무 점수를 끌어올린 건 경영성과 지표였다. 대부분의 지표가 KRX 300 평균치를 웃돌아, 3.7점으로 기록됐다. 특히 주가수익률(32.7%)과 TSR지표(33.8%), 매출성장률(13.04%), 부채비율(66.68%)은 최고점(5점)을 받았다. 이어 자기자본이익률(7.55%), 자산수익률ROA(4.45%)은 4점으로 기록됐다.
다만 PBR(1.43배)은 KRX300 평균치인 2.38배를 밑돌았다. 또한 배당수익률과 순차입금/EBITDA도 각각 0.84%, 1.63배로 평균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사실상 이 세 지표가 1점으로 최저점을 취득해 평균 점수가 하향 조정됐다.
이어 정보접근성 지표도 3.3점의 평점으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사회 활동내역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홈페이지 등에 공시하는 점, 그리고 기업지배구조보고서도 충실히 공유하고 있는 점으로 인해 최고점(5점)을 받았다.
올해부터 자산 규모 5000억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들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보고서에는 또 투자자들이 회사 배당액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배당 절차를 개선했는지 여부 등을 꼭 담아야 한다.
이 규정에 따라 보령 역시 올해 처음으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제출했다. 다만 준수율의 측면에서 아쉬움은 있다. 46.7%에 그쳐 3점을 받았다. 또한 인사위원회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업무를 대신하면서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