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에너지저장장치(ESS)·반도체·이자천지 장비·부품사 서진시스템의 3년간 주가 추이를 보면 대체로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올해 흐름만 봐도 지난 5월엔 장중 3만6250원을 돌파하기도 했는데요. 1일 종가 기준 2만8700원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이지만 올 초 1만8140원으로 출발했단 점을 감안하면 약 58%가량 상승했습니다.
올해 들어 ESS 사업이 성장모멘텀으로 부각되면서 주가도 힘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ESS 장비 매출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35.2%에서 1분기까지 61.5%, 상반기 누적 기준 57%까지 커졌습니다. 올해도 ESS 장비사업 매출 성장세에 힘입어 상반기 누적 매출이 약 63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0% 성장하는 등 호실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Industry & Event
주가가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려면 앞으로도 주가를 밀어 올릴 재료가 있느냐가 중요한데요. 서진시스템의 시장 지위, 우호적인 시장 환경을 보면 주목할 만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서진시스템은 ESS 인클로저(외함) 제조사,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의 ESS를 위탁생산해 주는데요. 베트남법인인 서진베트남(SEOJIN VIETNAM CO., LTD.)에서 원소재 철강 재단에서부터 조립까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전 세계 1위 글로벌 ESS SI(System Integrator·시스템 통합) 사업자인 미국 플루언스에너지(Fluence Energy)와 포윈에너지(Powin Energy) 등에 납품된다고 합니다. 글로벌 ESS 시장 공급망에 편입됐다는 얘기입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글로벌 ESS 시장이 2035년 618기가와트시(GWh)까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그만큼 서진시스템에도 앞으로 사업 기회가 많겠지요. 회사에 따르면 이미 확보해 놓은 캐파(CAPA·생산능력)로는 매출 최대 약 2조5000억원까지 올릴 수 있다고 합니다. 당분간 대규모 비용 투입 없이 외형성장과 수익성 개선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입니다.
또 반도체 장비,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부품 사업도 하고 있는 만큼 업황 회복이 되면 매출에 힘이 돼 줄 수 있겠죠.
◇Market View
최근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3분기도 ESS 사업 부문이 매출 성장을 견인하면서 사상 최고 매출액을 경신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특히 글로벌 ESS 시장이 2030년까지 현재보다 약 10배 가까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나 연구원은 "이차전지 셀 제조업체의 경우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인한 돌파구를 ESS에서 찾고 있으며 글로벌 ESS 개발 및 제조·설치 업체의 경우 이차전지의 가격이 낮을 때 공급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며 "서진시스템은 제조 안정성은 높이고 제조 비용은 낮추는 EMS(ESS 에너지관리시스템) 설루션을 기반으로 글로벌 ESS 전문업체들의 핵심 위탁생산 업체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서진시스템은 전동규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습니다. 전 대표는 2007년 회사를 설립한 창업주인데요, 2019년 11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가 2022년 5월 대표이사직에 복귀했습니다.
기업설명(IR) 담당 부서를 통해 키맨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나 앞으로의 사업 전략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시도했는데요. 키맨의 입장을 직접 들을 수는 없습니다.
지난 8월 글로벌 ESS 기업에 714억원 규모 ESS 공급 계약 소식을 전하면서 회사 측 입장을 밝힌 적이 있는데요. 당시 회사 측은 "이번 수주 건이 공급되는 고객사 외에도 글로벌 에너지 설루션 기업들과 좋은 관계를 바탕으로 고객사 다변화를 이루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ESS 매출액의 성장세는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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