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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LG 이은 '빅 이슈어' 한화, KB증권으로 파트너십 '이동'

지배구조 개편, 공모채 발행액 4조 웃돌아…KB '1조9860억' 주관 꿰차

백승룡 기자  2024-10-29 07:03:19

편집자주

증권사 IB들에게 대기업 커버리지(coverage) 역량은 곧 왕관이다. 이슈어와 회사채 발행이란 작은 인연을 계기로 IPO와 유상증자 등 다양한 자본조달 파트너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기업들이 증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기반으로 한 실력이 될 수도 있고, 오너가와 인연 그리고 RM들의 오랜 네트워크로 이어진 돈독한 신뢰감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기업과 증권사 IB들간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스토리를 좀 더 깊게 살펴본다.
연초부터 공모채 시장을 분주하게 두드리던 한화그룹이 올해만 4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다. 한화그룹 사상 최대 규모로 공모채를 찍은 것으로,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면서 각 계열회사의 자금소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한화그룹은 올해 SK그룹, LG그룹에 이은 세 번째 ‘빅 이슈어(issuer)’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화그룹의 공모채 규모가 늘어나면서 조달 파트너십의 변화도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NH투자증권을 중용하는 흐름을 보였던 한화그룹이 올해 KB증권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다. NH투자증권과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는 KB증권은 한화그룹에서만 1조원에 육박하는 차이를 만들어, 전체 회사채 대표주관 순위에서도 1위가 유력해졌다.

◇ ㈜한화 몸집 줄이고 ‘옥상옥’ 올라선 한화에너지…그룹 공모채 발행액 ‘4조’ 돌파

29일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최근 한화에너지가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마치면서 한화그룹의 올해 공모채 발행 규모는 총 4조1240억원으로 집계됐다. SK그룹(6조6800억원)과 LG그룹(4조27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공모채 발행 규모가 큰 그룹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수년간 한화그룹의 연간 공모채 물량이 1조~2조원대 수준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올해 회사채 시장 첫 수요예측 주자이기도 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두 차례에 걸쳐 70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찍은 데 이어 △㈜한화 4940억원 △한화에너지 5000억원 △한화솔루션 3500억원 △한화시스템 2500억원 △한화호텔앤드리조트 800억원 등의 조달이 이어졌다. 한화투자증권 3000억원, 한화생명보험(신종자본증권) 1조1000억원, 한화손해보험(후순위채) 3500억원 등 금융 계열사들도 차례로 공모채를 발행했다.

한화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면서 주요 계열회사들의 자금소요도 대폭 커진 모습이다. 한화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던 ㈜한화는 올 상반기 플랜트·풍력 사업을 한화오션으로, 태양광장비 사업을 한화솔루션으로 각각 매각하기로 한 데 이어 모멘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했다. 이후 7월 ㈜한화의 자기주식(우선주) 매수, 한화에너지의 ㈜한화 공개매수가 단행됐다.

사업부 양수를 비롯해 자기주식 매수, 지분 공개매수 모두 자금이 수반되기 때문에 각 계열회사들의 대규모 공모채 발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같은 일련의 개편은 ㈜한화의 몸집을 줄인 뒤 한화에너지가 지분을 취득해 ‘옥상옥’ 구조로 올라서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50%),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25%),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25%)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 한화그룹 딜 꿰찬 KB증권, 전체 회사채 대표주관 순위도 1위 ‘우뚝’

한화그룹의 자금조달이 대폭 늘어나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조달 파트너십의 변화다. 한화그룹은 최근 수년간 NH투자증권과의 파트너십이 돋보였던 곳이다. 특히 지난 2022년에는 총 2조177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하면서 절반에 달하는 1조282억원어치 물량을 NH투자증권에게 맡겼다. 당시 한화그룹 대표주관 실적 2위였던 KB증권(5760억원) 대비 2배 수준이었다. 지난해 그룹 대표주관 규모도 NH투자증권 6800억원, KB증권 6667억원 등으로 NH투자증권이 앞섰다.

그러나 올해 한화그룹 대표주관 실적은 KB증권이 1조9860억원 규모의 딜(deal)을 꿰차면서 1위로 올라섰다. NH투자증권은 1조910억원 규모의 딜을 수임하면서 2위로 내려앉았다. 특히 한화생명이 올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총 1조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는데, 이 중 7월 5000억원어치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에게 공동으로 대표주관 지위를 부여한 뒤 이후 6000억원 규모 발행 땐 KB증권에게 단독 대표주관을 맡겨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한화투자증권도 올해 3000억원 규모 공모채를 발행하면서 KB증권을 단독 대표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NH투자증권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공모채 딜을 단독으로 수임했지만 발행 규모가 8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KB증권에서 한화그룹 커버리지를 담당하는 곳은 박병옥 이사가 이끄는 기업금융3부다. 본래 기업금융1부에서 맡았지만 지난해 말 조직개편 이후 기업금융3부로 이관됐다.

한화그룹의 조달 파트너십 변화는 KB증권의 회사채 대표주관 리그테이블 1위라는 ‘나비효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부채자본시장(DCM) 일반회사채(SB) 대표주관 1위는 KB증권으로 올해 누적 12조3787억원의 실적을 쌓았다. NH투자증권은 11조3255억원으로 2위다. 양사의 SB 대표주관 실적 격차는 약 1조원으로, 한화그룹에서 발생한 대표주관 차이(약 9000억원)가 결정적인 분수령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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