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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한미약품, 이사 추천·평가 '미흡'…경영성과 '무색'

[총평]①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미설치, 이사별 평가 부재

정지원 기자  2024-10-10 07:44:16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한미약품은 전반적으로 선진화된 이사회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다. 이사회의 구성이 부실한 편인 데다 이사회의 활동도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뛰어난 경영성과에도 불구하고 배당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등 적절한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결과에도 이사회 구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렌드와 달리 박재현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사회 내에는 감사위원회 외 다른 소위원회가 설치돼 있지 않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없어서 사외이사 추천 과정이 불투명하다. 여기에 더해 명시적인 이사 평가 체계가 없어서 이사별 평가와 이를 반영한 보수 산정 및 재선임 결정이 불가능한 구조다.

◇경영성과 제외 5개 분야 평균 2점대 기록

THE CFO가 실시한 '2024 이사회 평가'에서 한미약품은 총점 255점 중 132점을 받았다. 이사회 평가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분야에서 이사회 구성과 활동 내역이 평가됐다.

한미약품의 구성 분야 평균 점수는 2.4점으로 집계됐다. 9개 평가 항목에서 22점을 받았다. 구성 분야 평가 항목에는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여부, 사외이사 비율, 사외이사 소위원회 위원장 선임 여부, 이사회 규모, 이사회 내 위원회 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BSM(Board Skills Matrix) 활용 여부, 다양성, 지원조직 유무 등이 포함됐다.

이사회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여부는 가장 근본이 되는 평가 요소다. 구성 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전반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는 데 한계가 있다. 다양한 배경과 경력을 보유한 이사진이 함께 하고 있는지, 이사진을 추천할 때 적절성이 유지되는지, 이들의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직이 있는지 등이 중요하다. 또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높을수록 건전한 지배구조를 구축하기 쉽다고 평가 받는다.

한미약품은 세부항목에서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가 더 많은 점, 이사들의 전문 역량이 기재된 BSM을 공개하고 있는 점 외에는 높이 평가된 항목이 없다. 9개 항목 중 2개 항목을 제외하고 모두 3점 이하의 점수를 기록했다.

먼저 박재현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최근엔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 운영이 중시되는 추세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박 대표를 지난해 초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그에게 의장직을 부여했다.

무엇보다 소위원회가 부실해 이사회 구성 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한미약품은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 하나만 두고 있다. 감사위원회에는 3인의 사외이사가 포함됐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나 ESG위원회 등 상장기업 다수가 운영 중인 소위원회가 한미약품에는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다.

특히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없는 점은 추후 다른 평가 요소들에서 최저점을 받는 근거가 됐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회의가 없을 수밖에 없는 데다 같은 이유로 사외이사 후보 풀(pool)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사 추천 역시 이사회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실적 성장 추세에도 낮은 배당률, 예측가능성도 물음표

한미약품은 경영성과를 제외한 5개 분야에서 평균 2점대 성적표를 받았다. 앞서 구성 분야는 2.4점을 기록했다. 나머지 4개 분야의 평균 점수는 각각 △참여도 2.4점 △견제기능 2.2점 △정보접근성 2.4점 △평가개선프로세스 2.1점 등으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분야는 평가개선프로세스다. 평가개선프로세스는 7개 세부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이사회에서 이사회 활동에 대한 평가를 수행하고 있는지, 개별 이사진들에 대한 평가와 그 결과에 따른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등을 주로 따져봤다.

한미약품은 이사 추천 제도가 미흡한 탓에 이사회 구성 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추천 과정도 불투명하지만 활동에 대한 평가 프로세스도 구체적으로 짜놓은 바가 없는 상태다. 다만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평가 제도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영성과 분야에서는 3.5점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꾸준히 외형을 키우는 동시에 수익성도 높이고 있는 회사다.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은 물론이고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등에서 모두 최고점인 5점을 획득했다. 실적이 좋은 만큼 주가 관련 지표도 고득점을 받은 상태다.

다만 주주환원 측면에선 약점을 드러냈다. 배당수익률이 0.14%에 불과해 최저점을 받았다. 한미약품은 3개년 주주환원정책 등 배당과 관련한 중장기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배당 예측가능성과 배당률이 모두 낮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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