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셀비온 IPO In-depth

의무확약 비율 단 8%, 흥행 마지막 변수 '오버행'

상장 직후 대규모 물량 매물로 나올 가능성 제기, 주가에도 영향 불가피

김형석 기자  2024-10-08 08:06:38

편집자주

IPO(기업공개)를 준비하는 바이오텍이 넘어야 할 관문은 기술성평가, 상장예비심사 뿐만이 아니다. 증권신고서를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공모가를 산정해 투자자들과 조율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얼마나 매력적인 회사인지 회사는 숫자로 입증해야 하고 투자자들은 정량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더벨은 바이오텍의 이 같은 상장 과정을 따라가며 성장전략과 위험요소를 살펴본다.
코스닥 상장을 목전에 둔 셀비온이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000대 1을 넘어서며 공모가격이 밴드 상단을 초과한 결과를 냈다. 시장에서 전립선암 치료제 등 주력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L/O) 가능성과 성장성을 인정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불안요인도 있다.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낮아 상장 이후 오버행 이슈가 제기된다.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경우 당초 상장 목표였던 자금조달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관투자가 수요예측 흥행,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저조

셀비온은 9월 24일부터 30일까지 5영업일간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고 그 결과 공모가는 1만5000원으로 확정됐다. 당초 희망밴드인 1만~1만2200원 상단 대비 23% 높은 금액이다.

전체 공모 물량의 75%인 143만3250주 모집에 2423곳이 참여했다. 최종 경쟁률은 1050대 1을 기록했다.

기관투자가의 주식 배정비율은 75%다. 공모가 확정과 더불어 향후 일반투자자 배정이 마무리되면 셀비온은 IPO를 통해 287억원을 확보한다. 이는 당초 예상 대비 최대 96억원 많은 액수다.

하지만 이 같은 흥행과는 다르게 의무보유 확약을 한 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건별로 보면 의무보유 확약비율은 6.03%에 그쳤다. 주식수별로 보면 의무보유 확약을 한 주식수는 1억3007만주로 전체 기관투자가 참여 물량의 8.64% 수준이었다.

이는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 전체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다. 기관투자가들이 청약에 10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정작 의무보유 기간은 최소화했다는 뜻이다.


의무보유 확약은 기관투자가가 기업공개(IPO)에 나선 공모주를 일정 기간 팔지 않고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장기 투자가 가능한 기관투자가에게 의무보유 기간을 확정해 상장 시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시장에서는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낮으면 공모주를 단기 매매하려는 수요가 많다고 해석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전체 확약 물량 중 61.61%가 6개월 미만에만 의무적으로 주식을 보유하기로 했다. 1개월 미만도 15.85%(2061만7000주)에 달했다. 6개월 확약 물량은 38.29%(4980만6000주)였다.

업계 관계자는 "의무보유 확약은 투자자가 장기적으로 해당 기업의 성장성 평가에 핵심 지표"라며 "상장 직후 매각보다는 향후 주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이 없는 경우 해당 확약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의무보유 확약비율 낮은 바이오텍 상장 후 주가 공모가 대비 ↓

낮은 의무보유 확약비율은 상장 초기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다수의 상장 주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올해 상장한 바이오텍 가운데 공모가 대비 낮은 주가를 보인 곳 대다수가 낮은 의무보유 확약 비율을 나타냈다. 올해 상장했던 오상헬스케어와 아이빔테크놀로지 등이 대표적이다.

오상헬스케어의 7일 종가 기준 주가는 1만2900원으로 공모가 2만원 대비 35.5% 하락했다. 6월 상장 초기 8만원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5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100만주를 넘던 하루 거래량 역시 10월7일에는 상장 후 처음으로 1만건 미만으로 떨어졌다.

오상헬스케어는 상장 당시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된 기업이었다. 공모가는 희망밴드(1만3000~1만5000원) 상단보다 33% 높은 가격에 결정됐다. 이는 2007년 이후 최대 상향 폭이다. 경쟁률 역시 993.2대 1로 높았다.

문제는 의무보유 확약비율이었다. 오상헬스케어의 해당 비율은 건수 기준으로 2.7%에 불과했다. 물량 기준으로도 7.69% 수준이다.

아이빔테크놀로지도 비슷하다. 공모가 1만원이었던 이 기업의 7월 종가는 6150원이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희망밴드(7300원~8500원)보다 높은 공모가격을 확정했고 1011.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장 첫날 이후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한 달 이상 공모가 대비 낮은 주가를 보이고 있다.

아이빔테크놀로지 역시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0.49%(물량 기준 2.24%)에 불과했다. 6개월 이상 확약 비율은 1.6% 수준이었다. 상장 첫날과 둘째날 양일간 거래량이 3371만3844주였다. 9월 하루 평균 거래량이 30만~60만주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상장 초기 매도 물량이 대거 나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확약비율이 높았던 곳은 공모가 대비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8월 상장한 넥스트바이오메디컬과 티디에스팜의 현재 주가는 각각 4만3200원과 1만9920원이다. 모두 공모가(2만9000원, 1만3000원)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의 당시 확약비율은 12.77%였다. 특히 6개월 확약비율이 전체 물량의 10.16%에 달했다. 티디에스팜은 38.96%의 확약비율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셀비온 관계자는 "공모가가 희망밴드를 초과한 것은 그만큼 시장에서 자사가 보유한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낮은 확약비율은 단기 투자를 선호하는 최근 기관투자자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답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