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는 국내 대표 1세대 게임사다. 한때 주가가 100만원을 넘으며 황제주 반열에 올랐으나 실적 악화에 따라 주가에 힘이 빠지면서 게임 대장주 자리도 내어준 상태다. 올해 처음으로 공동 대표 체제를 도입하고 창사 이래 첫 분사를 추진하는 등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변곡점에 선 엔씨소프트의 이사회를 평가한 결과 구성이나 참여도, 정보접근성 등은 3점대에 머무르며 무난한 점수를 받았다면 '평가개선 프로세스'는 유일하게 4점대를 획득했다. 김택진 대표의 고강도 인적쇄신 노력의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실적 악화, 주가 하락에 따라 '경영 성과'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며 육각형에 공백이 생겼다.
◇사외이사 7명 구성, 다양성 갖췄지만 '대표=이사회 의장' 유지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뒀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총 6개 공통지표를 토대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엔씨소프트는 255점 만점에 160점을 받았다.
우선 '구성' 항목은 45점 만점에 31점, 평점은 5점 만점에 3.4점을 얻었다. 이사회는 총 7명으로 구성돼 적정 규모를 이뤘다. 이중 정교화 최영주 이사는 여성이다. 이사회 구성원들의 역량 매트릭스 BSM(Board Skills Matrix)를 만들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 공시자료 곳곳에 배치했다.
세부적으로 이사회를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5명으로 채웠다. 사외이사 비율이 71%에 달했다. 이사회 안에 사외이사 수가 많고 비율이 높을수록 이사회의 독립성은 강화되는 구조다.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를 설치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최영주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다만 이사회 의장이 사외이사가 아닌 김택진 대표이사가 맡고 있어 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창립자로서 창사 이래 모든 주요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감독하고 있는 전문가다.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는 것이 선진화된 지배 구조이지만 개발과 경영 역할을 동시에 맡아 엔씨소프트를 키워온 김 대표에게 의장직을 맡기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사회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사내이사는 김택진 대표 1명이었지만 올해 공동 대표 체제로 변화를 시도하면서 기타비상무이사였던 박병무 대표가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과거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엔씨 웨스트 대표이사 등을 지낸 이재호 오스템임플란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외이사(감사위원)로 새롭게 선임했다.
'견제 기능'을 살펴보면 내부거래위원회를 따로 두지 않고 총주주수익률(TSR)또는 주주가치 제고 성과에 연동해 보수를 지급하지는 않지만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감사위원회 중 백상훈 위원과 이재호 위원은 공인 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하며 전문적 식견을 가진 인물로 구분된다. 견제 기능은 5점 만점 중 3.4점이다.
'평가개선 프로세스'는 5점 만점 중 4.1점을 받았다. 이사회 평가 항목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다. 이사회 내외부뿐 아니라 자기 평가를 모두 수행하면서 ESG 등급도 A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이사회 평가 결과에 근거를 둔 개선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히나 전반적으로 사외이사 평가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접근성 '무난', 실적 악화 영향 경영 성과 저조
'정보접근성'은 5점 만점 중 3.1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사회에 관한 내용도 간략하게 기재하면서 어떤 사안을 중점적으로 다루는지 자세히 알기 쉽지 않은 구조다. 다만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지속가능보고서 등은 전자공시뿐 아니라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하기 쉽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66.7%였다.
이사회에서 반대 의안이 나올 경우 사유를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주주환원 정책을 사전에 공지하는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외이사추천위원회가 운영 규정을 마련하고 회계, 재무, 법률, 인사, M&A, 수리과학, 리스크관리, 산업경험 및 전문성 등을 고려해 전문가를 다방면에서 찾고 있다. 다만 추천 경로 등은 상세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경영 성과'는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실적과 주가가 동시에 하락하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과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등 전반적인 경영 지표가 저하된 상태다. 실적 악화에도 오랜 기간 이익을 쌓아온 영향에 낮은 부채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는 6.63%, 이자보상배율도 9.38배를 기록하고 있지만 코스피 100대 기업 평균치를 하회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경영 성과는 5점 만점 중 2.1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