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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유증·메자닌 승부수

프레스티지파마, CDMO 자회사 지원 이번엔 '출자전환'

수주 확대 앞두고 부채비율 축소 안간힘, 900억 유증 실시

정새임 기자  2024-09-13 14:38:14

편집자주

투자 유치는 곧 기업의 능력이다. 특히 뚜렷한 매출원 없이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R&D)에 쏟는 바이오 기업에 있어 자금 확보는 '생명줄'과도 같다. 다만 투자금 규모에 따라 기업의 지배구조는 물론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자금 조달 목적 및 투자 조건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펀딩난 속 자금을 조달한 기업과 이들의 전략을 짚어본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생산 자회사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에 900억원을 투입한다. 그러나 이는 고스란히 차입 상환을 목적으로 다시 회수한다. 한마디로 출자를 통해 채무를 상계처리하는 것으로 일종의 출자전환 형태다.

◇로직스 유증에 파마가 주당 5650원에 900억 투입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13일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가 실시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키로 결정했다. 주당 5650원에 총 159만6168주의 신주를 발행함으로써 총 900억원을 투입한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의 24.7% 지분을 쥔 최대주주다. 증자를 마치면 지분율이 40.2%로 크게 늘어난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동시에 재무건전성 개선을 꾀하는 전략이다. 바이오의약품 전문 생산기업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1~4공장 건설 과정에서 대규모 차입이 발생했다. 위탁개발생산(CDMO)을 꾀하는 터라 규모의 경제를 위해 공장을 늘리는 일은 필수였다.

KDB산업은행과 함께 가장 큰 자금줄 역할을 했던 곳이 모회사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828억원을 모회사로부터 빌렸다. 현금성자산이 355억원인데 반해 총차입금은 1700억원에 달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287%로 기록된다.

◇과도한 부채비율 '수주 걸림돌', 반우시법 앞두고 전열 정비

과도한 부채비율이 CDMO 수주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거래처들은 의약품 CDMO 계약을 맺을 때 생산능력과 품질뿐 아니라 지배구조, ESG경영, 재무건전성 등 기업 자체에 대해서도 꼼꼼히 평가한다.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 계속 거래를 이어나갈 수 있는 곳인지를 판단하기 위함이다.

특히 미국 생물보안법 실시가 가시화하면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가 수주를 크게 늘릴 수 있는 시기가 됐다. 수주 문의가 최근 들어 50% 정도 늘어났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그동안 중국 기업에 맡겼던 생산을 한국 등으로 교체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그 중에서도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타 대비 저렴한 계약 단가로 원가 경쟁력이 중요한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생물보안법 적용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의 차입 비중을 줄이려는 행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증자로 투입하는 900억원은 차입 상환으로 고스란히 회수될 예정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간 채무관계는 모두 해소된다.

이전 차입받았던 약 900억원은 △모회사 제품 생산 △미국 GMP(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 획득을 위한 설비 투자 △미국 생물보안법 수주 물량 대비 운영 자금에 활용한다.

아직 실적이 미미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를 위해 모회사의 지원이 이어지는 셈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5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공모한 덕분에 자회사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자회사의 자금여력을 고려해 대여금의 분할상환 기준을 분기에서 1년 단위로 늘려주기도 했다.

유럽 시밀러 진출과 CDMO 확대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의 존재감을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백신 생산으로 준비했던 3공장도 바이오의약품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수주에 총력을 기울인다.

프레스티지바이오그룹 관계자는 "이전부터 계약을 추진하던 거래처의 마지막 실사 단계를 진행 중이며 다음달 실사를 앞둔 곳들이 더 있다"며 "바이오시밀러 임상 물질 위주로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1, 4, 2, 3공장 순서로 물량을 체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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