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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롯데쇼핑, 다시 순차입 기조 '지금은 투자 골든타임'

2년 연속 순상환서 2024년 1H 49억 순차입… 백화점 리뉴얼 고려 전략 변경

최은수 기자  2024-09-12 15:35:06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부채 관리에 사활을 걸던 롯데쇼핑이 올해 반기 들어 순차입 기조로 돌아섰다. 롯데쇼핑은 2022년은 이자비용 관리를 위해 해마다 조 단위의 부채를 상환해 왔다. 2023년엔 3000억원의 당기순익을 내는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약 2년 만에 조달전략에 큰 변화가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은 상환보단 적절한 차입을 섞어 성장할 때란 판단을 내린 것과 관련이 있다. 차입은 이자 부담을 더한다. 그러나 반대로 사업에 쓸 마중물 역할도 한다. 이 점을 다각도로 고려해 조달전략에 일부 변화를 준 모습이다.

◇2년 만에 다시 순차입 기조, 이자보상배율도 '1배' 하회

롯데쇼핑의 별도 기준 올해 상반기 차입금 증감 추이는 49억원의 순증세다. 2022년엔 약 1조500억원, 2023년엔 1조2165억원을 상환했던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차입금 증감은 특정 기업이 차입하거나 상환한 금액을 합쳐 추산한다. 49억원의 순증세는 롯데쇼핑이 해마다 조 단위로 차입금을 상환하던 기조에서 다시 '순차입' 체제로 돌아섰단 의미다.


롯데쇼핑의 2024년 상반기 기준 총차입금은 10조원을 웃돈다. 롯데쇼핑의 총자산이 20조원을 넘는 점을 고려할 떄 많지도 적지도 않은 규모다. 부채비율 역시 154%로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인식하는 적정선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관리가 필요한 수준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지난 2년 간 적극적인 상환을 단행하면서 차입금을 포함한 부채를 관리해 왔다.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1조2488억원과 1조3255억원의 EBITDA(상각전영업이익)를 기록하면서 부채 관리에 힘을 보탰다. 앞서 롯데쇼핑이 2년 연속 조단위의 순상환 기조를 보일 수 있었던 것도 영업을 통한 현금창출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2022년과 2023년 적극적인 부채 상환기조를 이어간다. 해마다 조단위의 부채를 털어내면서 이자보상배율은 각각 2022년 1.01배, 2023년엔 1.43배로 끌어올렸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를 넘어서면 영업이익에서 이자비용을 제하고도 마진이 남는단 의미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엔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반기 롯데쇼핑의 EBITDA는 5560억원, 영업이익은 1303억원이었다. 그런데 이자비용이 약 1751억원을 기록하면서 이자가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이 기간 롯데쇼핑의 이자보상배율은 0.74다.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기에도 모자랐다 의미다.


◇지금은 리뉴얼+성장 위한 마중물 필요한 때

롯데쇼핑은 이자 감내가 녹록하지 않아졌음에도 상환보단 '차입'에 한층 힘을 쓰는 모습이다. 올해 야심차게 예고한 '백화점 리뉴얼'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롯데쇼핑은 백화점·마트·슈퍼·이커머스까지 총 4개의 사업부가 있다. 이 가운데 백화점은 전체 사업부별 매출 비중에선 롯데백화점은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영업이익 추이로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백화점 의존 비중은 80%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더불어 올해는 수원점 리뉴얼이 예정돼 있다. 수원점은 물론 주력 매출처로 꼽히는 잠실·강남점도 검토 단계에 있다.

롯데쇼핌이 백화점 각 지점마다 리뉴얼을 단행하려면 적극적인 자본적지출(CAPEX)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마중물이 필요한 상황에서 영업현금창출력까지 줄어들었다. 남아 있는 유동성을 차입금 상환에 할애하기란 사실상 부담이 있었단 의미다.

종합하면 롯데쇼핑은 밸류업을 위한 본격적인 투자를 앞두고 몸을 풀기 위해 올해 들어 다시 순차입 기조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올해 상반기 롯데쇼핑의 현금성자산이 부족한 건 아니다. 올해 반기말 기준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현금을 빚 상환에 쓰게 될 경우 앞서 리뉴얼로 요약되는 투자 계획 즉 적기를 놓치게 된다. 이 경우 백화점의 수익성의존도가 높은 롯데쇼핑이 자칫 성장을 위한 추동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롯데쇼핑은 현재 가장 많은 백화점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에서는 1위이지만 점포별 매출 규모로 놓고 보면 경쟁사인 신세계백화점에 다소 밀린다. 올해 상반기 기준 백화점 매출 순위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차지했고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그 뒤를 이었다. 반등을 위한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이 추세가 고착화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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