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일반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금융지주 직원은 평균 1억원을 웃도는 급여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직원도 그럴진대 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자(CEO)들은 어떨까. 금융권 주요 회사 CEO들의 보수를 분석해봤다.
MBK파트너스가 지난 2019년 인수한 롯데카드에 5억원 이상 고액연봉자가 크게 늘어 주목된다. 퇴직금을 포함하면 현 대표이사보다 많이 받는 임원도 나왔다. 임원 성과급 규모도 인당 5배 넘게 늘었다. 특히 즉각 현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성과급 비중을 늘리면서 빠른 보상을 확대한 모습이다.
2019년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를 1조38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기존의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금융사를 분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룹으로부터의 분리 이후에도 롯데그룹과의 파트너십을 위해 계열사 일감을 보장해 달라는 조건을 수용하며 하나금융지주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쳤다.
◇퇴직금 효과? 연봉 대표이사 앞서기도
재무적투자자(FI)를 새 주인으로 맞은 롯데카드에 고액연봉자 명단이 늘어 눈길을 끈다. 현재 보수가 5억원 이상인 임직원들은 많이 받는 순서대로 상위 5명까지 공개된다. 롯데카드는 MBK파트너스 인수 이전보다 5억원 이상 고액연봉자가 늘었다. 억대 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떠나는 퇴직자를 포함해도 1년에 1~2명 수준이던 고액연봉자는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매년 5명 이상으로 늘었다.
MBK파트너스 인수 직후인 2020년에는 전임 대표가 롯데카드 연봉 1위에 올랐다. 김창권 대표가 물러나는 대신 롯데카드 부회장직을 신설해 승진시키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롯데와의 연결고리를 이어가기 위해선 전임 대표가 부회장으로서 고문 역할을 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김창권 부회장 연봉은 7억6700만원이었다.
퇴직금을 포함해 대표이사보다 많이 받은 임원도 나왔다. 김성우 자문은 퇴직금 5억원을 합해 6억7400만원 보수를 받았다. 이는 임기 첫 해를 맞은 조좌진 대표(6억5900만원)을 넘는 수준이다.
이외에 롯데카드 정보보호부문장(CISO)을 맡았던 최동근 자문은 퇴직금 4억4500만원을 포함해 6억1600만원을 받았다. 박두환 부사장도 5억원 이상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줄곧 5명 이상 임직원이 5억원 넘는 보수를 받고 있다.
◇MBK 인수 이후 성과급 즉각 지급 비중 40% → 60%
임원 1인당 성과급 규모도 5배 넘게 늘렸다. 2019년 11월 MBK파트너스에 매각되기 직전 임원 20명의 성과보수액은 3~4억원대였다. 2017년이 3억3000만원이었고 2018년과 2019년이 각각 4억1000만원, 3억4000만원이었다. 하지만 2023년에는 임원 40명의 성과보수액이 35억8000만원으로 인당 성과급이 5배가량 증가했다.
임원뿐 아니라 부사장 직급이 신설되면서 전체 성과급 규모가 늘었다는 게 롯데카드 측 입장이다. 신설된 부사장 직급은 롯데그룹 당시 대표이사 급이다.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외부에서 전문가 영입에 주력해 부사장급 인사를 4명 선임하며 전체 성과급 규모가 증가했다.
MBK파트너스가 인수 뒤 즉각적인 보상도 강화된 모습이다. 성과급 즉시 지급 비중을 기존 40%에서 60%로 올리면서다. 기존에는 성과보수의 40% 를 현금으로 일시 지급했다. 나머지 60%는 20%씩 3년간 나눠서 지급했다.
하지만 2021년 보수체계를 변경하면서 성과보수 40~60%를 현금으로 일시 지급하기로 했다. 나머지 60~40%를 3년간 균등 분할해 이연 지급한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임원들에게 즉각적인 동기부여를 우선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빠른 보상을 통해 성과를 더 적극적으로 내고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도록 유도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2019년 인수 당시부터 엑시트 플랜을 짜 놓고 롯데카드를 인수한 MBK파트너스로서는 롯데카드 경영자들에게 빠른 성과 창출을 독려할 수 있는 것이다.
MBK파트너스 체제에서 수장에 오른 조좌진 대표 역시 전임자들보다 높은 연봉으로 롯데카드를 이끌기 시작했다. 2020년 연봉은 6억5900만원으로 급여가 5억5100만원, 상여가 1억원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대표를 맡아 온 전임 김창권 대표가 취임 첫 2년 동안 5억원 미만 보수를 받은 것과는 대비된다. 김창권 대표의 전임인 채정병 전 대표 역시 초봉은 5억원대였다.
조좌진 대표 연봉은 매년 증가세다. 취임 초기 6억원대였던 보수는 작년 10억원으로 올랐다. 특히 상여금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임기 2년차인 2021년 보수는 9억원대로 뛰었다. 급여 7억3000만원, 상여가 1억9300만원이었다. 지난해에는 10억4200만원을 기록했다. 급여는 그대로였지만 상여가 3억600만원으로 오르면서다. 올 상반기 연봉은 7억4800만원으로, 급여가 4억2500만원에 상여가 3억13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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