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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인사코드

롯데카드, 주인 바뀌어도 롯데와의 '끈'은 계속

①'유통 공룡' 롯데와의 시너지 유지해야 경쟁력 확보…MBK 품 떠나도 롯데 인연 계속되나

김보겸 기자  2024-08-29 07:43:17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주요 금융지주 인사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롯데카드와 롯데그룹과의 인연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에 인수되며 '롯데카드'라는 이름을 얻은 2002년이다. 이후 사모펀드에 매각되며 중간에 주인이 바뀌었지만 인사에 있어서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임기를 다 하더라도 명예롭게 상근고문으로 위촉되는 식이다.

'유통 공룡'인 롯데그룹과의 시너지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연내 매각을 추진하고 있있지만 새 주인이 오더라도 롯데카드와 롯데그룹의 연결고리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인수 이후 '롯데맨' 선임 본격화

롯데카드가 현재의 이름을 얻은 건 2002년 롯데그룹에 인수되면서다. 인수 초반에는 외부 출신 대표이사가 6년간 롯데카드를 이끌었다. 삼성카드 영업총괄전무 출신인 이병구 전 대표가 선임되면서다.


'롯데맨' 선임이 본격화한 건 박상훈 전 대표이사 때부터다. 2009년 대표를 맡은 박상훈 전 대표는 롯데그룹 공채 출신으로 호텔롯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과 경영관리본부를 거쳐 롯데카드 경영지원본부장 이사를 지냈다. 롯데카드 인수 이후 6년간 롯데카드에서 근무한 뒤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2014년까지 5년간 롯데카드를 이끌던 박상훈 전 대표는 재임 중 카드사 정보유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카드사 정보유출로 휘청이던 롯데카드의 구원투수 역시 롯데그룹 출신이 내려왔다. 당시 채정병 롯데그룹 정책본부 지원실장이 박상훈 전 대표의 후임으로 선임된 것이다. 그는 롯데그룹에서 재무와 법무를 총괄해 온 그룹 핵심 경영진이다. 롯데그룹이 중량감 있는 인사를 카드 대표로 앉히며 조직 안정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퇴임해도, 최대주주 바뀌어도...계속되는 롯데와의 인연

롯데그룹과의 연결고리는 퇴임 후에도 계속됐다. 채정병 전 대표가 지난 2017년 조기퇴진을 결정하자 롯데카드는 비상근고문보다 한층 더 높은 상근고문으로 위촉했다. 통상 계열사 대표는 비상근고문 자리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롯데그룹에서 40년 넘게 근무한 원로에 대한 예우 차원이다.

롯데그룹의 품을 떠난 이후에도 롯데와의 끈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채정병 전 대표 후임인 김창권 전 대표가 비슷한 사례다. 지난 2019년 11월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롯데카드에는 현대카드 출신 조좌진 신임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최대주주 변경으로 김창권 전 대표가 내려오게 됐지만 롯데카드는 전임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통상 대주주가 바뀌면 통합작업의 일환으로 손발이 잘 맞는 인사로 교체하지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김창권 전 대표가 롯데그룹의 자산개발 대표로 10년간 몸담아 온 데다 신동빈 회장의 신임이 깊어 예우 차원에서 부회장직을 신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카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롯데그룹과의 관계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실제 롯데카드는 경영권이 팔린 이후에도 롯데정보통신과 대홍기획 등에 여전히 용역을 쓰고 있다. 당시 롯데지주가 MBK파트너스에 계열사 일감 보장을 제안했고 MBK파트너스가 이를 수용하면서다.

롯데카드가 MBK파트너스 품을 떠나더라도 롯데그룹과의 끈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전히 롯데쇼핑이 롯데카드 지분 20%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롯데카드가 계열사와의 협력관계를 고려한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가 롯데그룹과의 일부 관계를 인사를 통해서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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