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그룹은 최근 수년간 이차전지 사업의 확장에 발맞춰 폭발적인 성장 속도를 보여줬다. 2015년 매출 1000억원대였던 에코프로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7조원을 넘어섰다. 자산규모 역시 같은 기간 2205억원에서 7조5569억원으로 34배나 확대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기준을 이미 충족했음은 물론 재계 및 이차전지 업계에서도 에코프로그룹을 대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단 그룹의 경영체계 자체를 빠른 성장 속도에 맞춰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점수다. 글로벌 투자정보 제공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이 매긴 에코프로그룹에 대한 ESG 경영 수준은 3개의 주요 계열사 모두 최하점에 가까웠다.
◇삼형제 모두 미흡한 ESG, 가장 큰 원인은 지배구조? 지난해 11월 증시에 데뷔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올해 MSCI로부터 등급을 처음으로 부여받았다. 지난 4월 MSCI가 매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ESG 등급은 CCC. AAA부터 CCC까지 총 7개로 이뤄진 MSCI의 ESG 등급체계에서 가장 낮은 등급이다. 전기장비 산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168개 경쟁자 중 ESG 경영 수준이 하위 6%라는 뜻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ESG 등급이 유독 낮기는 하지만 다른 계열사라고 사정이 낫지는 않다. 에코프로를 이끄는 지주사 에코프로와 핵심 계열사인 양극재 제조사 에코프로비엠의 ESG 등급은 CCC보다 한 단계 위인 B다. MCSI는 에코프로는 지난 2월, 에코프로비엠은 지난달 올해 ESG 등급을 새로 부여했다. B등급은 ESG 경영 체계가 하위 6~40%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마찬가지로 전기장비 산업 기업으로 분류됐다.
해외에서만 에코프로그룹의 ESG 경영을 저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ESG기준원 역시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ESG 등급으로 각각 C와 B를 매겼다. C는 아래에서 두번째 등급, B는 세번째 등급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아직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ESG 평가를 받지 않았다.
ESG 평가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국내외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지배구조다. MSCI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에코프로비엠의 '기업 지배구조' 항목을 '미흡'하다고 분류했다. 에코프로의 경우 '보통' 수준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ESG기준원은 에코프로의 지배구조 수준이 최하위 등급인 D라고 평가했다. '매우 취약'에 해당하는 등급이다.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지배구조 부문에서 에코프로보다는 조금 나은 C 등급을 획득했다.
◇복귀 앞둔 오너 경영인, ESG 경영 고삐 죌까 미공개 정보로 부당 이득을 얻은 혐의로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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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이 전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된 내년 평가에서는 지배구조 점수를 일부나마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사면으로 사법 리스크가 말끔히 해소된 만큼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이 전 회장의 에코프로그룹 경영 복귀 가능성이다. 대주주의 경영 참여는 책임경영 및 주주가치 제고 등 지배구조 평가에 있어 긍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이 전 회장은 에코프로의 지분 18.8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전기차 시장의 수요 부진으로 사업 확장세에 제동이 생긴 에코프로그룹은 다른 이차전지 업계와 마찬가지로 시황 반등을 기다리며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ESG 경영 및 지배구조 투명화가 포함될 수 있다. 에코프로 그룹의 무대가 전세계로 넓어진 만큼 ESG 등급에 이전보다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 전 회장이 복귀할 경우 이같은 방안 시행에 추진력이 붙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직까지 이 전 회장의 등판 계획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단 이 전 회장을 포함한 경제인 특별사면에 대한 명분은 '국가경쟁력 제고와 지속적인 성장동력 확보'다. 결국 에코프로그룹 경영에 관여하게 되기는 하겠으나 당분간 최대주주로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재계에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