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오일뱅크가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하고도 일부 만기 채권은 발행하지 못하게 됐다.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 작성을 주도한 주관사 KB증권이 발행금리를 잘못 표기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비슷한 이유로 JB금융지주가 수요예측을 재실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이후 약 8개월만이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제127회차 무보증사채의 7년물 발행을 취소했다. 앞서 지난 8일 만기구조를 3년물, 5년물과 7년물로 구성하고 1000억원 모집에 나선 결과 8750억원의 흥행을 기록했다. 그중 7년물 200억원 모집에는 1250억원의 주문을 모으며 -22bp에 수요를 채웠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7년물을 5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HD현대오일뱅크와 주관사단은 희망 금리밴드로 개별민평금리 대비 -30~+30bp로 제시한 가운데 가산금리도 -22bp에서 -15bp로 확정했다.
하지만 수요예측 이후 최종 발행금리가 포함된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두 서류의 7년물 금리가 일치하지 않은 점이 확인됐다. 투자설명서에는 7년물 발행금리가 4.652%로 표기돼 있지만 발행조건이 확정된 증권신고서상에는 4.649%로 돼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3년물과 5년물은 그대로 발행하되 7년물은 발행 취소를 결정했다. 이번 딜은 KB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이 총괄했다. 인수단으로는 하이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 작성을 주도한 KB증권의 실수로 인해 7년물 발행이 무산된 셈이다.
시장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전날 발행조건이 확정된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당일 민평금리는 국내 4대 평가사가 오후 6시 이후에 공시하는 만큼 유선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며 "이로 인해 금리 오기가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민평금리 확인과 증권신고서 제출 과정에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구조적 한계로 빚어진 결과"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0월 JB금융지주가 1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당시 주관사였던 DB금융투자가 금리 오기로 수요예측을 두번 치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동일한 사례는 아니지만 이와 유사한 사례가 약 8개월만에 발생한 셈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JB금융 발행 당시에는 2년물과 3년물 모든 트랜치의 금리를 잘못 입력하면서 수요예측을 재차 실시한 것"이라며 "이번에는 3년물과 5년물은 문제가 없어서 금감원에서도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7년물만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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