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공모채 카드를 꺼냈다. 이미 4000억원을 상반기에 조달했으나, 올 9월 유사한 수준의 발행액을 계획 중이다. 삼성증권은 최근까지 공모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하우스가 아니었기에 다소 이례적이다.
조달 전략 선회가 박준규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부임 후 본격화했단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박 CFO는 연초 정기인사에서 삼성생명에서 삼성증권으로 옮겼다. 올 1월 부임과 동시에 공모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
오는 10월 공모채 만기를 앞둔 데다,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리파이낸싱 수요도 충분하다. 미상환 CP 금리가 4% 후반으로, 삼성증권의 공모채 개별민평금리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인 탓이다. 만기 장기화는 물론 금리 비용 절감효과가 클 전망이다.
◇9월 발행 채비, 3000억 조달 예정…연 2회 발행 '오랜만'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오는 10월을 목표로 공모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트랜치(tranche)는 3년물과 5년물로 제시할 계획이며, 모집액은 3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오는 9월 공모와 발행을 모두 끝마치는 방향을 확정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두 번째 공모채 발행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미 올 1월 총 4000억원 규모로 공모채 조달을 마친 바 있다. 2년물과 3년물로 나눠 각각 1000억원, 3000억원을 조달했다.
정기 이슈어로 자리매김했던 삼성증권은 2021년까지만 해도 매년 2~3회 공모채 시장을 찾곤 했다. 다만 2022년과 지난해는 이 전략을 선회해 단건 발행액 3000억원 수준으로 단 한 차례만 시장을 찾았다. 이 시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증권사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증권채 투심이 다소 위축된 영향이 컸다.
올해 들어 다시금 대규모 조달을 이어가는 전략을 택했다. 삼성증권은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증액 발행 가능성 역시 열어뒀다. 최대 5000억원까지 조달할 계획인데, 이 경우 올해 총 9000억원을 공모채로 마련하는 셈이다.
이번 발행액 역시 차환 용도로 활용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만기도래 채권의 차환 용도로 공모채를 발행하곤 했다. 회사채는 물론이고,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3개월물의 차환에 집중해 왔다.
◇차환 수요 충분…민평금리 메리트도 '강점'
올 1월 발행 당시에도 공모채 발행액 전액(4000억원)을 CP와 전자단기사채 상환에 투입했다. 3개월 만기의 전자단기사채뿐 아니라 기업어음도 만기가 5~6개월물임을 고려할 때 만기 장기화 효과를 두루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오는 10월 2021년 10월 발행한 공모채 1100억원의 만기도 도래한다. 여기에 반기 보고서상 당장 오는 9월에 상환기일이 도래하는 사모 기업어음은 약 1100억원대로 분석된다. 전자단기사채의 경우 약 1450억원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금리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삼성증권의 미상환 사모 기업어음 금리는 약 4.6~4.7%대로 형성돼 있다. 전자단기사채도 마찬가지로 3.6~3.8%대로 집계됐다. AA+급인 삼성증권의 민평금리가 3.5~3.6%임을 고려하면 이자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전일(29일) 삼성증권의 개별민평금리는 3년물 3.548%, 5년물 3.601%로 형성됐다. 여기에 가산금리밴드를 적용해도 CP 발행 금리를 밑도는 수준이다.
◇신임 CFO, 부임 동시 첫 공모채 흥행…하반기 추가 조달 '자신감'
삼성증권이 이렇듯 공모채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시점이 박준규 CFO의 부임과 겹친단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 CFO는 2024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삼성증권의 CFO로 올랐다.
박 CFO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생명에서 자산운용전략팀 팀장(부사장) 직을 부임했다. 자산운용전략팀은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이 기존에 맡았던 자산운용부문에 속한 조직이다. 재무, 전략 부문을 두루 경험한 인물로 알려졌다.
박 CFO는 부임과 동시에 올 1월 공모채 발행 과정을 전담했다. 당시 성과도 만족스러운 수준에 해당했다. 총 2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렸다. 결국 최대한도로 증액 발행도 가능했다. 그만큼 자신감을 갖고 하반기 조달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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