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주주 프렌드십 포커스

하이브, 첫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 달래기'

9월 말까지 266억 규모 취득…30%만 RSU로 지급, 나머지 활용방안은 미정

이지혜 기자  2024-08-28 12:52:28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하이브가 설립 이래 처음으로 자기주식(자사주)을 취득한다. 매입한 자사주의 30%는 임직원의 성과를 보상하는 데 쓴다. 나머지는 어떻게 쓸지 공개하지 않았다.

하이브가 주주친화정책에 부쩍 힘을 싣는 것으로 보인다. 현금배당금을 지급한 데 이어 자사주까지 취득키로 했다. 엔터테인먼트산업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싸늘한 데다 어도어 사태와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의 사건사고 등 잡음이 끊이지 않자 주주를 달래려는 의도로 보인다.


◇자사주 매입카드 꺼냈다, 활용법 '주목'

28일 하이브에 따르면 이날부터 9월 27일까지 한 달 동안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하이브가 취득하겠다고 계획한 주식 수는 보통주 15만주다. 이는 전체 유통 주식 수의 0.36%에 해당한다. 하이브가 하루에 최대 매수할 수 있는 자사주는 5만1500주다.

하이브가 자사주 취득에 쓸 돈은 총 266억원이다. 이는 자사주 취득에 대한 이사회 결의를 진행하기 하루 전(26일) 종가 17만7300원을 기준으로 한 수치다.

하이브는 자사주 취득목적을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부여 및 자기주식 매입을 통한 주가 안정성 제고”라고 밝혔다.

RSU는 일정 정도의 성과를 낸 임직원에게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지급하는 제도다. 성과보상제도의 일종이다. 회사가 지급한 자사주는 일정 기간 양도를 금지한다. 하이브는 2022년 12월 이사회에서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장기적 성과를 유도하고자 RSU 제도를 도입했다.

올해 기준으로 RSU 부여 대상자는 140여명이다. 하이브는 올 하반기부터 하이브와 자회사 임직원에게 RSU를 지급할 예정이다. 취득한 자사주 가운데 RSU로 부여되는 수량은 총 4만5000주로 이번에 취득한 수량의 30% 정도다.


향후 취득한 자사주의 70%는 어떻게 처리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하이브 관계자는 “공시사항 외에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자사주 보유예상기간도 공시하지 않았다.

◇힘빠진 엔터주, 겹치는 악재…주주친화정책으로 분위기 반전될까

하이브가 주주친화정책에 힘을 싣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하이브는 ‘성장이 곧 주주가치 제고’라는 기조를 유지했으나 2022년 4분기를 기점으로 이런 방침을 바꿨다. 연결기준 지배주주순이익의 30% 이내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23사업연도 결산배당금으로 292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는데 이에 더해 자사주까지 취득했다.

하이브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건 엔터주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일 수 있다. 하이브는 연초만 해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기준 40위를 기록하며 투자자의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5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하이브 주가가 떨어진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엔터테인먼트업종의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의 의구심이 커졌다. 실적 성장세가 꺾이면서 엔터주 전반의 주가가 예년 대비 30%가량 빠졌다.


여기에 더해 하이브는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경영권을 놓고 민희진 이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어도어는 뉴진스가 소속되어 있는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중 하나다. 어도어가 하이브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운영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면서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이브의 대표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BTS)의 멤버가 최근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하이브가 자사주 취득에 나선 건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주주를 달래고 침체된 투자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일 수 있다.

김민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이브의 현 주가는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엔터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의심과 우려가 반영됐다”며 “저연차와 신인, 고연차 아티스트IP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어 단기적 실적 부진보다 2025년 이익 증가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