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의 지주사 ㈜GS가 이사회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를 시작했다. 지배구조 체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년간 이사회 기능을 강화해 온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지배구조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GS의 노력은 미진한 편이었다.
한국ESG기준원(KCGS)이 매긴 ㈜GS의 지배구조(G) 등급은 '취약'에 해당하는 C다. 우리나라 재계 10위 안에 드는 그룹의 지주사 혹은 지주사에 준하는 역할을 하는 계열사 중 지배구조 부문에서 C등급을 받은 곳은 ㈜GS뿐이다.
◇이사회 평가 도입, BSM도 공개 ㈜GS는 지난 2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사회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이사회 소속 이사 전원이 이사회의 운영 효율성 및 성과, 활동 등 이사회와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를 내리는 자가평가 방식이다.
올해 실시된 지난해 이사회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이사회 성과 4.7점 △이사회 운영 효율성 4.9점 △위원회 활동 4.8점 등의 점수가 도출됐다. 5점을 만점으로 한다. 이와 더불어 4점 만점의 사외이사 평가에서는 3.8점의 점수가 나왔다. 평가결과는 이사회 체계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된다. ㈜GS 측은 "지난 3월 열린 2차 이사회에서 결과가 보고됐다"고 말했다.
㈜GS가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것은 이사회 평가제도 뿐만이 아니다. ㈜GS는 이사회 역량 측정지표인 'BSM(Board Skill Matrix)'을 공개했다. BSM은 이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과 자질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매트릭스 형태로 구성한 표다. 기업에 따라 이사들의 역량은 물론 나이·성별 분포 등을 함께 공개하는 곳도 많다. ㈜GS는 이사들의 역량만 포함된 BSM을 꾸렸다.
평가항목은 리더십·산업 전문성·재무/회계/금융·법률/정책·벤처/투자·ESG/기후변화 등 6개로 구성됐다. BSM에 따르면 GS그룹의 총수인 허태수 ㈜GS 회장은 이중 ESG/기후변화 부문을 제외한 5개 영역에서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됐다. 허 회장을 제외한 다른 이사들의 보유 역량은 평균 2.8개로 나타났다. 허 회장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금융업계에 몸담았고 2022년 GS홈쇼핑 등 계열사 경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같은 경험들이 역량 평가에 반영됐다.
◇진단 중심 제도, 이사회 경영 강화 첫걸음? ㈜GS가 올들어 시작한 이사회 평가제도와 BSM 공개는 이사회의 운영 및 구성 등을 내부적으로 평가해 외부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분류된다. 이사회 평가제도는 이사회의 자가평가, BSM은 ㈜GS가 자체적으로 이사회를 분석하는 형태다. 자가평가로 이뤄지는 만큼 평가라기보다는 자체 진단에 가깝다.
뒤늦게 시작한 제도들인 만큼 다른 기업들에 비해 평가가 정밀하게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이사회 경영에 선제적으로 나선 기업들은 이사회에 대한 자가평가는 물론 외부 기관을 통한 평가를 병행하고 있다.
이를 테면 이미 2021년 말 이사회 자체평가를 실시한 삼성물산은 이에 앞선 2020년 외부 전문가로부터 매년 이사회 및 위원회 활동에 대해 평가를 받고 있다. SK㈜는 2018년부터 이사회 자기평가를 시작했고 2022년부터는 외부 투자기관 및 평가기관으로부터 이사회의 변화된 부분과 제안사항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미등기임원들 역시 이사회 평가에 참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BSM 역시 매년 정교화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 중 BSM을 처음 공개한 SK㈜의 경우 2022년에 이사들의 역량으로만 BSM을 구성했는데, 최근에는 여기에 성별과 연령 구성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물산, SK㈜ 등 기업들은 이같은 내부 및 외부평가, 진단을 통해 개선점을 파악해 거버넌스 체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과 SK㈜는 KCGS로부터 지배구조 부문에 대해 '매우 우수'에 속하는 A+ 등급을 부여받은 상태다.
㈜GS도 이사회 평가제도와 BSM 등 관련 제도를 강화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지 주목된다. 지배구조 관련 기관의 한 관계자는 "평가제도나 BSM을 도입해서 공개한다고 반드시 지배구조 체계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이사회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수반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