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정책에 호응하는 한편 미래지속가능성장을 위한 투자유치 기회로 삼았다. 우리금융이 준비하는 밸류업 전략을 살펴보고 시장의 가치평가 기준이 되는 여러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우리금융 밸류업을 위한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영업력 강화다. 4대 은행지주 중 상대적으로 주가 저평가 기조가 심한 요인으로 민영화 기간 강화하지 못한 영업력이 꼽힌다. CEO를 필두로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전 그룹 차원의 영업 역량을 끌어 올려야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CEO 리스크 통제는 필수다. 우리금융은 민영화 이후 잦은 CEO 사법 리스크로 예기치 않게 리더십 교체를 겪어야 했다. 올해도 금융사고가 재발하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금융사고를 통제해 CEO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는 게 밸류업을 위한 선결 과제다.
◇민영화 이후 CEO 거취 불확실성 지속 우리금융은 민영화 이후 현 임종룡 회장-조병규 행장 체제가 되기 전까지 4명의 CEO가 지주와 은행을 거쳐갔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전 우리은행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 등이다.
이중 다수는 CEO 리스크를 원인으로 예상치 못한 시점에 물러나야 했다. 이광구 전 행장은 채용업무 방해 혐의로 갑작스럽게 사퇴해야 했다. 손 전 회장은 임기를 마쳤으나 라임펀드 중징계 취소 소송 이후 금융 당국과 갈등을 빚으면서 연임을 포기해야 했다. 이원덕 전 행장은 임기 중 700억원 규모 횡령 사태를 겪으며 손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용퇴했다.
이광구 전 행장은 수차례 무산된 우리은행 민영화 물꼬를 튼 CEO다. 민영화 과정을 진두지휘한 만큼 이후에도 우리은행을 이끌며 옛 상업은행, 한일은행 시절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리더로 기대를 모았다. 다만 이광구 전 행장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퇴임하면서 우리은행은 혼란기를 겪어야 했다.
손 전 회장과 이원덕 전 행장 체제에서는 실적 개선 가능성을 봤다. 지주사 전환 후 비은행 계열사를 보완하는 동시에 우리은행의 영업력을 다른 시중은행에 견줄 수 있는 수준까지 끌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이 함께 재직한 2022년 우리은행 순이익은 2조9034억원으로 하나은행(3조1117억원), 신한은행(3조457억원)에 이은 3위다.
손 전 회장과 이원덕 전 행장이 잇따라 퇴진하면서 우리금융은 2023년 상반기 일시적인 리더십 부재를 겪었다. 지난해 다른 은행지주, 시중은행과 실적 격차가 벌어진 것도 리더십 교체 기간이 길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
이같은 리더십 불확실성은 우리금융이 민영 금융회사에 걸맞은 조직 문화로 전환을 지연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CEO 다수가 안정적인 임기를 보내지 못하면서 일관된 영업 전략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가가 다른 은행지주와 비교해 저평가 국면에 있는 것도 지배구조 불안정과 무관치 않다.
◇100억 횡령 사태 극복 시험대 현직인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올 상반기 역대 최대 순이익을 올리며 체질 개선 가능성을 입증했다. 같은 기간 다른 시중은행도 역대급 순이익을 내고 있으나 우리은행은 지난해의 부진을 탈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올 상반기 발생한 100억원 규모 횡령 사건은 조 행장과 우리은행에 악재다. 구성원 사기 저하로 영업 동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조 행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행장의 임기는 올 연말까지로 1년 반 동안의 성과가 바탕이 돼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조 행장은 우리은행 조직 문화를 성과주의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도 높은 쇄신 인사를 통해 성과에 대한 보상과 부진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조직 문화 개선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 조 행장의 거취에 변수가 생기면 우리금융 밸류업은 재차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