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보안 업계에서 상반기가 비수기에 속하는 데다 정부의 네트워크 보안 장비 사업에 지연이 발생하며 전 분기에 이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다만 성수기에 접어들었고 정부 사업도 차츰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9일 안랩에 따르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3% 늘어난 59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35억원, 48억원으로 각각 19.1%, 2.9%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5.9%를 나타냈다. 보안 업계에서 상반기가 비수기에 속하지만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 보면 매출은 1094억원으로 0.9%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36억원, 58억원으로 각각 44.8%, 48.6% 줄었다. 전 분기 순이익이 10억원 수준을 보인 데다 영업이익이 5333만원에 그친 여파가 컸다. 여기에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며 수익성 개선에 한계를 보였다.
안랩 관계자는 "올 상반기 V3 제품군, 클라우드 보안 제품군, 지능형위협공격을 차단하는 MDS와 융합 제품 등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며 "네트워크 보안 장비(HW) 시장 둔화와 전반적인 지속적인 R&D 분야 투자로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에 일부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랩은 2005년 '트러스가드'를 선보이며 네트워크 보안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로 업데이트 버전을 꾸준히 선보이며 시큐아이 등과 경쟁 구도를 형성해 왔다. 2021년 차세대 하이엔드급 제품을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양자 가상사설망(Q-VPN)을 탑재해 해독이 불가능한 암호화 기술을 구현했다. 이외에 디도스 대응 솔루션 '안랩 DPX', 네트워크 침입 방지 시스템 '안랩 AIPS' 등의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 확대에 대한 안랩의 적극적인 의지에도 정부의 네트워크 보안 장비 사업에 지연이 발생하면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보안 업계에서는 현 정부 들어 보안 관련 사업이 크게 줄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R&D 예산 축소로 사업 일정이 대거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국내 보안업계에서 상반기는 비수기에 속한다.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공공기관 등의 보안 관련 투자와 지출이 하반기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보안 기업들이 통상적으로 3분기에 반등을 시작해 4분기에 연중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패턴을 반복한다.
안랩 역시 최근 5년간 실적 추이를 보면 하반기에 실적이 집중된다. 특히 상반기 실적은 그동안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왔다. 상반기 감소에도 R&D 투자만큼은 늘리며 수익성 감소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2017년부터 상반기 R&D 투자비를 확대하며 매출 대비 30% 안팎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안랩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 공공 분야에서 네트워크 보안 장비 관련 대형 사업들이 일부 진행됐지만 올 들어 이와 관련된 대규모 사업들이 예정보다 미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작년 동기 대비 연결 영업이익 감소가 있었다. 하지만 사업 일정이 연기된 것이기 때문에 분기가 가면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