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용 부담에 시달린 안랩이 금융수익 성과로 당기순이익 순증을 기록했다. 미국 증시가 호황을 기록함에 따라 투자했던 포트폴리오에서 평가이익을 본 영향이 컸다. 현금유입 없는 재무상 이익이지만 당기순이익 증가에 비례해 배당금도 18% 늘었다.
금융수익 증가는 지난해 하반기 단행했던 자금 운용 전략 변화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안랩은 3분기부터 현금과 정기예금 등을 줄이고 펀드 등 수익증권 규모를 700억원 가까이 늘리는 추세를 보였다.
◇연초 대비 호황 미국 증시, 투자상품 평가이익 효과 안랩은 앞서 13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결산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총 347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과 비교해 145% 증가한 규모다. 2022년 안랩의 당기순이익은 142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증가는 영업외수익 호조에서 비롯됐다. 거시경제의 악화로 전반적인 비용 부담이 커졌던 상황인데 이를 금융수익으로 메꿨다는 것이 안랩의 설명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392억원으로 전년 대비 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23억으로 같은 기간 2.1% 감소했다.
안랩 관계자는 “안랩은 사내 여유 자금을 활용해 금융투자를 전개하고 있으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며 “투자 상품이 최근 미국 증시의 호황 영향을 받으면서 장부상 평가이익이 반영돼 금융수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증시 관련 지수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등했다. 지난해 초 3만3000대에 머물렀던 다우존스지수(DJI)는 연말 3만7000대 중간을 두드렸다. 나스닥종합주가지수(IXIC) 역시 같은 기간 1만대에서 1만5000수준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수익 선방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늘어남에 따라 배당금 규모도 늘렸다. 안랩은 지난해 결산 배당금을 1300원으로 결정했다. 2022년 결산 배당금으로 책정된 1100원 대비 200원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지출될 배당금 총액은 113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18.2% 증가했다. 시가배당률도 1.6%에서 1.9%로 0.3%포인트 상승했다.
◇자금운용 전략 변화 먹혔나, 4Q 법인세차감손익 30억 이번 금융수익 증가에는 지난해 하반기 단행한 자금 운용 전략에 변화에 따른 성과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안랩은 지난해 들어 3분기 동안 현금성자산과 발행어음 등 단기투자상품과 정기예금을 줄이고 펀드 등 신규 수익증권에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기타유동금융자산은 1100억원 가량으로 직전 분기 말 대비 700억원 가까이 줄었다. 반면 상반기 말 170억원 수준이었던 안랩의 수익증권 규모는 같은 기간 700억원 가까이 늘어난 870억원 상당에 이르렀다.
안랩은 자금 운용에 변화를 주던 지난해 3분기 금융손실을 겪었던 바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라 일부 투자상품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한 영향이었다. 안랩은 당시 금융비용까지 모두 포함해 연결기준으로 7억3000만원 수준 금융손실을 봤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에서 각종 손익을 더한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익은 85억원으로 당시 영업이익보다 7억원 줄었다.
반면 지난해 4분기 안랩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익은 159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 대비 30억원 정도 많은 금액이다. 안랩이 통상 분기별 기타순손익을 수억원대에서 형성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4분기에만 20억원 내외 금융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펀드 등에 집중한 자금 운용 변화 성과가 지난해 4분기 두드러졌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