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이 1분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보안업계의 비수기인 데다 일부 사업이 지연된 여파도 겹쳤다. 특히 자회사를 포함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로 지출이 늘어난 점도 영향이 있었다. 다만 안랩은 하반기에 다가갈수록 실적을 개선해 나갈 것이란자신감을 보였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안랩은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 49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5%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5333만원, 당기순이익은 10억원이다. 각각 97.5%, 84.6%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0.1% 수준이다. 영업손실은 면했지만 근 10년새 가장 저조한 이익이다.
작년 1분기 대비 소프트웨어 제품 수주는 증가했지만 네트워크 보안장비 매출의 역성장이 영향을 줬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주력 제품 V3와 네트워크 장비 등이 포함된 보안 솔루션 매출은 안랩의 전체 매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줄곧 70% 이상을 유지해왔다.
매년 1분기는 보안업계의 비수기다. 기업과 공공기관의 보안 관련 예산이 전년도 하반기에 집행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사업에서 지연이 발생한 데다 국가 전반적으로 R&D 등 보안 예산이 삭감되는 분위기 속에서 실적 급감이 불가피했다.
안랩 관계자는 "네트워크 보안장비는 고객사가 주문해도 도입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 매출 인식이 지연될 수 밖에 없는 데다 1분기는 보안업계에서는 비수기"라며 "네트워크 보안장비 매출은 공공기관을 위주로 발생하지만 1분기에 규모가 있는 공공부문 사업들이 지연되고 전반적으로 예산도 삭감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감안해도 안랩의 이번 실적 감소폭은 눈에 띌 정도로 컸다. 오랜 기간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10억~20억원 선에서 유지해왔다.
안랩 자체 실적인 별도기준으로 보면 1분기 매출은 479억원으로 연결기준 매출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5억원, 42억원으로 큰 격차를 나타냈다. 따라서 자회사의 실적 악화가 연결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해외 법인을 제외한 안랩의 자회사는 안랩블록체인컴퍼니(ABC), 나온웍스, 제이슨 등이다. 이들 모두 1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안랩은 이들의 구체적인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1분기 안랩블록체인컴퍼니와 나온웍스는 각각 20억원, 2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제이슨 역시 45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안랩은 이들의 실적 악화는 R&D 지출이 확대된 결과라는 입장이다. 1분기 연결기준 안랩의 R&D 비용은 1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매출액 대비 33.2%에 달한다. 작년 1분기 16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액수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매출액 대비 R&D비용은 2.2%포인트 늘었다.
안랩은 작년 R&D비용으로 652억원을 썼다. 매출 2392억원 대비 27.3% 수준이다. 코스닥에 상장했던 2001년 33억원으로 13.2%의 비중을 보였지만 이듬해 약 두 배에 달하는 60억원을 지출하며 비중은 24.2%로 급증했다. 이후 10년 넘게 안랩은 2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의 추이를 보더라도 R&D 비용을 꾸준히 늘린 셈이다.
안랩 관계자는 "각 자회사 모두 적극적으로 연구개발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 부분도 영업이익에 일부 영향을 줬다"며 "지연된 사업 등이 정상화되면서 분기가 갈수록 실적은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