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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캐피탈은 지금

후발주자에서 10위권 안착…끝자락 다다른 고속성장기

①그룹 적극 지원 아래 매년 성장…최근 2년 둔화 흐름 '뚜렷'

이기욱 기자  2024-07-19 07:41:50

편집자주

지방금융지주 경쟁 구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전국구 금융그룹을 노리는 DGB금융그룹의 광폭 행보는 '1등 지방금융지주' BNK금융그룹에게도 위기감을 안겨주고 있다. iM뱅크를 필두로 DG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들도 전방위적 영업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비은행 부문의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BNK금융의 대표 비은행 계열사 'BNK캐피탈'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BNK캐피탈의 현 상황을 조명해 BNK금융그룹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가늠해본다.
BNK캐피탈은 업계 상위권 캐피탈사 중에서는 후발 주자에 속한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설립한 경쟁사들보다 많게는 20년 넘게 뒤쳐진 상태에서 출발했다. 영업 기반과 업무 노하우 등 불리한 위치에서 시장에 진입했다.

하지만 BNK캐피탈은 BNK금융지주의 우산 아래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다. 자산과 순익 모두 업계 10위권에 안착했고 BNK금융그룹 내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BNK캐피탈의 '지금'은 전혀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약 14년 동안 지속된 고속성장이 이제는 끝을 보이는 중이다. 자산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됐고 순익 역시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취임 2년차를 보내고 있는 김성주 BNK캐피탈 대표이사의 위기 대응 능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0년 7월 첫 출범…외부 전문가 전면 내세워 시장 안착

BNK캐피탈은 지난 2010년 7월 부산은행의 자회사 BS캐피탈로서 캐피탈업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듬해 BS금융지주가 출범하며 대주주가 BS금융지주로 바뀌었고 2015년 경남은행을 인수한 BS금융지주가 BNK금융지주로 사명을 변경함에 따라 BS캐피탈의 사명도 현재의 BNK캐피탈로 변화됐다.

BNK캐피탈의 출범 시기는 경쟁사들과 비교할 때 매우 뒤쳐진 편이다. IBK캐피탈과 하나캐피탈, KB캐피탈의 경우 20년 이상 앞선 1980년대에 출범했다. IBK캐피탈의 전신인 한국기업개발금융은 1986년, 하나캐피탈의 전신인 코오롱신판은 1987년 탄생했다. 옛 한미리스(현 KB캐피탈)의 출범 시기는 1989년이다.

신한캐피탈(옛 신한리스)과 JB우리캐피탈(옛 대구주택할부금융), 우리금융캐피탈(옛 한국할부금융)의 출범 시기도 모두 1990년대로 BNK캐피탈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NH캐피탈과 iM캐피탈(옛 DGB캐피탈)만이 각각 2007년, 2009년으로 그나마 출범 시기가 비슷하다. 기존 캐피탈사를 인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업 기반이나 노하우 등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출범 이후 정확히 14년이 지난 현재 BNK캐피탈은 업계 10위권 대형사로 성장했다. 별도 기준 올해 1분기말 BNK캐피탈의 총 자산은 9조1945억원으로 업계 11위를 기록했다. 같은 지방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인 JB우리캐피탈(9조5106억원)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출범한 iM캐피탈(4조3775억원)보다는 약 두 배 빠르게 성장했다.

BNK금융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 BNK금융은 2007년 설립 자본금 200억원을 투입한데 이어 이듬해 곧장 유상증자를 두 번 단행했다. 300억원과 5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며 납입 자본금은 1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그 다음해인 2012년에도 각 500억원씩 두 차례 유상증자가 이뤄졌다. 설립 후 5년 후인 2015년까지 매년 유상증자는 이어졌고 2180억원의 납입자본금과 1620억원의 자본잉여금이 쌓였다.

초창기 CEO 선임 기조 역시 빠른 시장 안착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초대 대표이사로 BNK금융 내부 사람이 아닌 이상춘 롯데캐피탈 감사를 선임했다. 이 전 대표는 롯데캐피탈 창립 업무부터 기업금융, 개인금융, 경영관리 등 캐피탈사 업무 전반에 경험이 풍부한 캐피탈업 전문가다.

BNK금융은 2015년까지 5년 넘게 BNK캐피탈의 경영을 맡겼고 이 대표는 가파른 성장세로 이를 보답했다. 2015년말 BNK캐피탈의 자산은 4조2871억원으로 2010년말(1197억원) 대비 35배 증가했다. 순익도 출범 이듬해 곧장 99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15년 434억원까지 확대됐다.

◇BNK금융 내 위상도 '껑충'…이두호 전 대표, 부산은행장과 어깨 나란히

2017년 취임한 이두호 전 대표도 2023년 초까지 5년 넘게 대표직을 수행했다. 2016년 취임한 김일수 전 대표가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주가조작 혐의에 연루됐고 예기치 못하게 공석이 발생했다. 김지완 당시 BNK금융지주 회장은 전년말 BNK금융을 떠났던 '올드보이' 이두호 전 부산은행 부행장을 9개월만에 다시 소방수로 컴백했다.

이 전 대표는 부산은행에서 여신기획부장과 IB사업단장, 영업지원본부장(부행장보), 경남영업본부장(부행장)을 거치는 등 여신기획 및 영업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다. 은행 내에서도 캐피탈업무와 관련이 깊은 업무들을 수행했었다.

이 전 대표 체제 하에서도 BNK캐피탈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2020년대 초반 코로나19 특수 호황을 누리며 자산과 순익이 모두 급증했다. 2022년말 BNK캐피탈의 자산은 8조6052억원으로 2016년말(4조6926억원) 대비 83.4% 늘어났다. 순익은 2016년 572억원에서 2022년 1710억원으로 3배 가량 증가했다.

자연스럽게 BNK금융 내 위상도 높아졌다. 자산규모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BNK자산운용에 이은 4위였지만 순익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에 이어 3위 자리를 차지했다. 2022년 초 이 전 대표가 안감찬 부산은행장과 나란히 BNK금융지주 비상임이사에 선임된 것 역시 BNK금융 내 BNK캐피탈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1년 1000억원, 2022년 500억원 유상증자 등 BNK금융도 BNK캐피탈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역대 두 번째로 순익 '뒷걸음'…1분기 자산 늘었지만 영업은 축소

BNK캐피탈의 '지금'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국면에 진입했다. 14년간 이어졌던 초고속 성장기가 끝자락에 다다랐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대출 영업이 소매금융으로 제한되고 있다. 자동차금융 시장 역시 카드사들의 진출이 이미 공급 포화 상태다. 취약 차주들의 상환 능력 저하로 건전성 역시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BNK캐피탈의 총 자산은 8조9728억원으로 전년말(8조6052억원) 대비 4.3% 증가했다. 2022년말 역시 전년말 대비 1.9% 늘어나는데 그쳤다. 2020년(24.7%), 2021년(24.9%)와 비교하면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7.1%) 보다도 성장률이 낮다.

올해 1분기말에는 자산이 9조3652억원으로 4.4% 늘어났지만 영업자산 증가에 기인한 것은 아니다. 부산은행 등 금융기관 예치금이 1156억원에서 4647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을 뿐 대출 채권과 할부금융 채권은 각각 0,8%, 1.2%씩 줄어들었다.

순익 역시 2022년 1710억원에서 지난해 1118억원으로 34.6% 줄어들었다. 출범 이후 BNK캐피탈의 순익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확산 첫 해인 2020년(-8.9%) 이후 두 번째다.

김성주 BNK캐피탈 대표의 위기 대응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김 대표는 부산은행 여신영업본부 상무, BNK금융지주 그룹리스크부문장 상무, 그룹글로벌부문장 부사장, BNK신용정보 대표 등을 지낸 인물이다. 지난해 초 선임 당시 BNK캐피탈의 최대 과제인 리스크관리 강화를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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