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우리은행이 조직 문화 개혁에 나섰다. 행내 관행과 제도 관련 제안을 수렴하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우리금융지주에 기업문화리더십센터(옛 기업문화혁신TF)가 있지만 은행 차원의 제도 개선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유도현 우리은행 경영기획그룹장 부행장(
사진)이 신설 TF 담당 임원을 맡는다. 유 부행장은 우리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무 뿐만 아니라 전략을 비롯한 행내 경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과거 인사부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 조직 문화와 각종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전행 사정 밝은 '올라운더' CFO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관행·제도 개선 솔루션 액트(ACT)'라는 이름의 TF를 신설하고 본사 직원 9명을 배치했다. TF 담당 임원은 경영기획그룹장인 유 부행장이 맡는다.
신설 TF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체제에서 강조되고 있는 조직 문화 개선에 속도를 내기 위해 구성됐다. 업무 프로세스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효율성을 높이고 직원 만족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은행 구성원들의 제안을 바탕으로 관행과 제도 개선 과제를 추릴 계획이다.
유 부행장은 CFO로 신설 TF를 진두지휘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자리에 있다. 우리은행 CFO는 재무에 국한되지 않고 전략 등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신설 TF가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관행과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CFO와 업무 영역이 겹친다.
유 부행장의 전반적인 커리어도 고려됐다. 그는 국내 영업점, 전략기획부, 비서실 등을 거쳤고 런던지점 본부장을 지내 글로벌 사정에도 밝다. 본점과 국내외 지점을 두루 경험한 셈이다.
특히 유 부행장은 인사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사부에서만 5년을 근무해 행내 조직 문화와 각종 관행, 제도를 꿰뚫고 있다. 이같은 특장점을 바탕으로 부부장 시절 은행장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이번엔 신설 TF 담당 임원으로 조직 문화 개선을 이끌어야 한다.
◇조병규호 '업무 효율성 극대화' 뒷받침 과제 유 부행장은 신설 TF를 통해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업무 효율성 극대화 경영 방침을 뒷받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조 행장은 지난 5월 행장 직속 조직으로 신사업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 신속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경영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신사업추진위원회가 위원회 소속 임원들의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만들어졌다면 신설 TF는 근본적인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 올 상반기 글로벌 비즈니스 강화를 핵심 아젠다로 내세웠음에도 실적이 부진했고, 줄곧 내부통제를 강조했으나 횡령 사건이 재발한 배경으로 비효율적인 조직 문화가 꼽힌다. 조직 문화 개선 없이는 조 행장 체제에서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조직 문화 개선이 올해와 내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 행장은 올해 시중은행 순이익 1위를 목표로 내세웠다. 1분기 4위에 그쳤으나 2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TF 신설을 기점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고 올 하반기와 내년 영업에 박차를 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