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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바이오텍 in market

그룹개편서 탄생한 동국생명과학, 일반상장 자신감 '실적'

①동국헬스케어홀딩스 지배력 강화서 물적분할, 작년 매출·영업익 동반 밸류업

차지현 기자  2024-07-10 10:18:53

편집자주

스포츠에서 신인을 뜻하는 루키(Rookie)의 어원은 체스에서 퀸 다음으로 가치 있는 기물인 룩(Rook) 또는 떼까마귀(Rook)다. 전후좌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점이 신인의 잠재력과 행보와 닮았단 해석, 속임수에 능하고 영악한 떼까마귀같다는 부정 의미도 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앞둔 '루키 바이오텍'에도 이런 양면성이 내재해 있다. 더벨이 주식시장 입성을 앞둔 이들 기업의 진면목을 살펴본다.
동국제약의 알짜 자회사 동국생명과학의 상장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한지 7년만의 성과다. 조영제 사업을 물적분할하며 설립했고 지주사는 물론 오너일가 지원까지 힘을 실어며 상장에 힘을 쏟았다.

상장 계획을 공식화한 지 3년만에 본격적으로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고 있다. 일반트랙으로 상장하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게 관건이다.

작년 외형 확대와 수익성 개선 두 토끼를 잡은 데 따라 상장 작업이 탄력을 받았다. 인공지능(AI) 진단 사업 진출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행보도 눈길을 끈다.

◇2017년 동국제약서 물적분할, 지배구조 개편서 알짜 자회사로

동국생명과학은 2017년 5월 동국제약 조영제 사업부문의 물적분할로 설립됐다. 조영제는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CT) 촬영 시 조직이나 혈관이 잘 보이도록 유도하는 약물이다. 조영제가 온몸에 퍼지면 병변 조직과 정상 조직의 구별이 극대화돼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분사를 결정한 표면적인 이유는 조영제 사업 경쟁력 강화다. 조영제 사업이 성장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에 의료기기 등 신사업을 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조영제나 의료기기 사업의 경우 의약품과는 마케팅 방식이 달라 별도 회사를 만드는 게 유리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었다.

동국제약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도 연관성이 깊다. 동국헬스케어홀딩스(전 동국정밀화학)를 지배구조 정점에 올리는 과정에서 이뤄진 분할이었다. 동국헬스케어홀딩스는 창업주 2세인 권기범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자 3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오너일가 개인 회사다.

동국헬스케어홀딩스는 동국생명과학 설립 직후인 2017년 6월 또 다른 오너일가 소유 광고 계열사 브릿지커뮤니케이션즈를 흡수합병했다. 이어 2개월 뒤 조영제 원료 제조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한 후 이를 동국생명과학에 흡수합병했다.

이후 동국제약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권 회장→동국헬스케어홀딩스→동국제약→동국생명과학'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지주사 및 오너일가도 동국생명과학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상장을 통한 수혜가 직간접적으로 그룹 전체적으로나 오너일가로나 향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연 매출 1000억 돌파 후 IPO 잰걸음, 'AI 진단' 붙여 밸류업

사실 동국생명과학 상장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출범 시점에서부터 상장을 염두에 두고 동국제약에서 인적분할하는 대신 물적분할을 택했다. 출범 당시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이후 IPO에 도전한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내세운 이유는 명확하다. 모회사 동국제약 자산 규모가 5000억원을 초과해 일반 기업 상장 트랙을 밟아야 한다. 코스닥 상장 요건에 부합하기 위해 최소 20억원 이상 세전 이익을 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타이밍은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다. 분사 3년 만인 2020년 연 매출 1096억원을 기록했다. 개발·원료 생산·유통에 이르는 조영제 분야 전주기 밸류체인을 구축한 결과다. 자제 제품의 원료 제조부터 마케팅까지 일원화한 구조로 원가를 절감, 수익성을 제고했다.

바이엘코리아가 보유하던 조영제 생산 시설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인프라 확장에 나선 결과 국내 조영제 시장 1위로 우뚝 올라섰다. 해외 진출 공략 역시 신의 한수였다. X-ray 조영제 '파미레이', MRI 조영제 '유니레이' 등을 주력 제품은 유럽, 일본, 동남아 등 17개국과도 수출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기존 타임라인대로라면 작년 코스닥에 입성했어야 한다. 이미 2021년 IPO 추진을 공식화하고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조영제 완제 공장 인수 비용 증가로 인한 성장둔화, 코로나19로 악화한 시장 환경 등을 감안해 일정을 미룬 걸로 보인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성장한 데 따라 상장 절차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보다 12%와 37% 증가했다.

IPO를 앞두고 몸값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의료 AI 업체 루닛과 손잡고 영상진단 솔루션 사업에 뛰어든 게 대표적이다. 2018년부터 루닛의 AI 영상 판독 보조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유통과 공급을 맡고 있다.

차세대 조영제 신약 연구개발(R&D)도 지속 중이다. 올 3월 차세대 조영제 개발사 인벤테라제약와 신약 독점 판매권 계약을 체결하고 전략적 투자까지 단행했다. 인벤테라제약은 독성 없는 철분을 사용하면서도 높은 해상도를 보이는 차세대 MRI 조영제를 개발하고 있다.

동국생명과학 관계자는 "당사는 우수의약품품질관리기준(cGMP) 수준의 최고 설비를 갖춘 조영제 생산기지를 보유했고 원료 합성부터 완제 생산까지 가능한 국내 유일 일원화 구조를 갖춰 안정적인 공급과 품질에 강점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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