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약 'IB 출신' CFO 입사 2년만에 퇴사
첫 CFO 신설로 업계 관심, 주가부진 및 자회사 IPO 불발 원인 분석
김형석 기자 2024-03-04 08:29:44
동국제약의 첫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된 박희재 부사장이 지난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회사를 떠난 게 뒤늦게 알려졌다. 주가 부양과 자회사인 동국생명과학의 IPO 실패 등이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박 부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동국제약에서 퇴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퇴임시기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난해 3분기 공시의 임원 명단에서 제외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7~9월경 퇴임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말 입사한 만큼 2년을 채우지 못한 셈이다.
그의 후임으로는 김홍기 상무가 이어받았다. 김 상무는 박 부사장과 함께 재무기획 부문 업무를 담당하던 인물이다.
박 부사장은 제약업계선 드물게 조직 내 재무 전담 임원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당시 동국제약은 IR 전문성 및 투자역량 강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한다는 목표로 그를 영입했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조직 내 재무 전담 임원을 선임한 사례는 흔치 않다. 당시 1조원 이상의 자산 규모를 가진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등 주요 제약사 역시 CFO 자리를 따로 마련해 두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CFO를 선임한 곳은 일동제약 정도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부사장의 경력은 동국제약에 꼭 필요한 인물로 평가됐다. 그는 고려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서 금융 컨설팅, 기업자금조달 본부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주로 IPO 시장에서 활약한 정통 IB맨이다.
동국제약에서 그를 선택한 이유 역시 명확했다. 하락하던 주가를 방어하고 풍부한 현금자산을 바탕으로 투자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실제 동국제약의 주가는 2020년 3만원 중반대에서 2021년 1만원대로 하락했다.
자회사인 동국생명과학의 IPO도 핵심 과제였다. 동국생명과학은 2021년 4월 공식적으로 IPO 추진을 밝힌 상태였다.
동국생명과학은 2017년 5월 동국제약의 조영제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출범했다. 현재 동국제약이 지분 56.11%를 소유 중이다. 지난해 동국생명과학이 발행한 285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간접 투자했으며 일부 물량을 직접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매도청구권)도 보유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2023년 내 동국생명과학의 IPO를 마친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동국제약의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선 여전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주가는 지난해 7월 1만3000원까지 하락하며 4년 내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동국생명과학의 IPO도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모회사인 동국제약의 자산 규모가 5000억원을 초과해 중소기업에 해당되지 않아 일반 기업의 상장 트랙을 밟아야 한다. 중소기업이나 기술특례상장이 아닌 만큼 뚜렷한 실적 개선이 IPO의 성공 조건이다.
동국생명과학의 최근 실적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 2019년 986억원이던 매출은 지난 2022년 1072억원으로 8.74%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34%, 32.48% 급락했다. 이는 업황 불황으로 재고자산 증가에 따른 충당금 부담이 커진 탓이다. 2022년 말 기준 재고자산은 293억원으로 2019년 대비 208.67%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IB 인력들이 영입된 이후 동국제약이 펀드 등 수익증권 투자를 확대했다"면서도 "주가 부양과 동국생명과학의 IPO 실패, 제약업계의 보수적인 분위기 등은 여전히 풀지 못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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