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약의 주요 재무투자자(FI)들이 최근 주가 상승 시기를 틈타 지분매각에 나섰다. 자회사인 동국생명과학의 IPO가 현실화 하면서 주가가 오르자 이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피델리티·VIP운용, 4개월 새 2% 매도…규모 182억
동국제약 공시에 따르면 피델리티(Fidelity Management &Research Company LLC)와 브이아이피자산운용 등 주요 FI가 최근 4개월 새 2%에 달하는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각 규모는 182억원으로 추산된다.
피델리티 관련 특별관계자 8곳은 7월19일부터 9월10일까지 총 115차례에 걸쳐 51만9903주를 장내 매도했다. 매도한 주식의 지분율은 1.18%다. 평균 매도가격은 1만7523원으로 총 매도 규모는 91억3529만원 수준이다.
피델리티와 함께 주요 FI였던 브이아이피자산운용도 올해 지분을 시장에 내놨다. 5월10일~6월7일까지 18차례에 걸쳐 48만7809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 기간 브이아피자산운용이 현금화한 금액은 90억9705만원이다.
두 FI가 매각한 주당 가격은 1만6000~1만9000원 선이다. 이들 투자자들은 최근 동국제약의 주가 상승을 틈타 지분매각에 나산 것으로 풀이된다. 2023년 말 1만4000원선까지 하락했던 동국제약 주가는 5월 1만7000원선까지 20% 가까이 올랐다. 7월18일 한때 2만원선을 넘기도 했다. 동국제약 주가가 2만원 선을 넘은 것은 2022년 8월17일 이후 23개월 만이다.
자회사인 동국생명과학 IPO 영향이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영제 및 의료기기 사업을 영위하는 동국생명과학은 2017년 5월 동국제약 조영제 사업부문의 물적분할로 설립했다.
2023년 기준 매출 1202억원, 영업이익 85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자신감에 기술특례상장이 아닌 일반트랙으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동국제약이 보유한 동국생명과학의 지분은 45.34%를 보유한 만큼 상장 시 동국제약의 보유자산 밸류에이션이 상승할 수 있다.
자회사 상장 추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컸다. 6월2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시점부터 8월29일 심사 승인 획득 시기까지 주가 상승세는 유지됐다.
하지만 호재에도 불구 상승폭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주가가 상승할 때마다 FI 물량이 대거 쏟아진 영향이다.
실제 피델리티는 7월19일 하루에만 3만4600주를 4차례에 걸쳐 장내 매도했다. 주당 매도가격은 1만9194원으로 총 6억6411만원 규모다. 피델리티는 다음영업일인 7월22일까지 총 2영업일 동안 6만7800주를 장내 매도, 12억6672만원을 확보했다. 이틀간의 대주주 물량이 풀리면서 동국제약 주가는 6.66% 하락했다.
5월 브이아이피자산운용이 매도한 시기에도 비슷했다. 상승세를 보이던 동국제약 주가는 브이아이피자산운용 물량이 대거 풀린 5월24일과 28일 뒤 하락세를 보였다. 이틀간 브이아이피자산운용이 매도한 주식은 35만8090주(67억원)다. 전일 대비 6.97% 상승했던 주가는 다음날인 25일과 29일 각각 230원, 550원 하락했다.
FI는 이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최준철 브이아이피자산운용 대표는 "개별종목에 대한 투자 판단에 대해선 답변을 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장기투자자 대량 매도에 주가 '출렁'
이들 기관투자가들은 동국제약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해 온 장기 투자자였다는 점에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피델리티의 경우 2014년 5월 지분 8.83%를 매수한 이후 10년 만에 보유 지분이 5% 밑으로 떨어졌다. 2015년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국내 제약바이오 주식을 매도할 때도 매도물량을 최소화할 때도 1%가량만 처분하며 대주주 지위를 유지해왔다.
이후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며 2020년엔 10%까지 지분을 늘려 오너인 권기범 회장과 지주사 동국헬스케어홀딩스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브이아피자산운용 역시 꾸준히 지분을 매입해온 곳이다. 이후 2021년 11월24일 1만9149주를 매수하며 보유지분 5% 이상 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두 우군의 대거 지분 매각은 주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종속회사의 IPO 추진 호재에도 두 기관의 잇단 주식 매도로 주가 상승이 꺾여서다. 5월 초반 1만947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브이아피자산운용의 매도물량이 나온 뒤 6월 중순엔 1만7000원 선까지 하락했다. 7월 장 중 한때 2만원 선을 넘었던 주가는 피델리티의 지분 매각 이후 1만5550원까지 하락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피델리피와 브이아피자산운용 모두 장기간 지분을 보유해 온 대주주는 맞지만 이들의 지분 매각에 대해 회사차원에서 방어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