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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테크 상장 Before & After

루닛, 몸값 3조서 1조로 축소…장밋빛 비전 '현실화' 주목

상장 시 2024년 매출 517억에 흑자전환 전망, 높은 괴리율 타개책 '인사이트·스코프'

차지현 기자  2024-07-05 08:02:03

편집자주

바이오회사 입장에서 IPO는 빅파마 진입을 위한 필수 관문이다. 국내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은 창업자에겐 놓치기 어려운 기회다. 이 과정에서 장밋빛 실적과 R&D 성과 전망으로 투자자를 유혹하기도 한다. 전망치는 실제 현실에 부합하기도 하지만 정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IPO 당시 전망과 현 시점의 데이터를 추적해 바이오테크의 기업가치 허와 실을 파악해본다.
루닛은 의료 인공지능(AI)이 소위 '핫한' 섹터로 부상하면서 작년 한 해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2022년 상장 당시 4000억원대였던 몸값이 1년 만에 3조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상장 3년차를 맞은 올해부턴 본격적인 조정기를 거치는 분위기다. 현재는 1조3320억원대 시가총액을 기록 중이다. 그간 내세운 장밋빛 전망을 '현실화'하는 게 핵심 과제로 주어졌다.

◇디스카운트 밸류로 상장해 점차 회복, 시총 3조 터치도

루닛은 디스카운트 된 기업가치로 상장한 뒤 성장성을 앞세워 시총을 불린 대표적 케이스다. 2022년 7월 주당 3만원 공모가에 상장했다. 공모주식을 포함한 시가총액은 3637억원으로 2021년 11월 프리IPO에서 인정받은 프리밸류 4080억원 대비 20% 낮았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한 카드는 유상증자였다. 상장 1년 만에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약 2019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추가 조달했다. 유상증자 직후 1:1 무상증자도 실시했다.

유·무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새로운 비전도 함께 제시했다. AI 솔루션 개발 업체에서 AI 기반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 업체로 도약을 선언했다. 10년 뒤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단 야심찬 포부까지 내놨다.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루닛이 공개한 중장기 성장 로드맵이 상장의 명분과 일치한다는 공감대 아래 주가가 연일 치솟았다.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한 달여가 지난 작년 9월께 시총 3조원을 터치했다.

이후에도 질주는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미국 내 2000곳 이상 의료기관에 AI 솔루션을 공급하는 볼파라 지분 100%를 약 2525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미국 시장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볼파라 유통망에 자체 개발 제품을 얹어 업셀링에 나선다는 구상이었다.

◇추정치-실적 간극 줄일 복안 '루닛인사이트·루닛스코프'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게 이 즈음이다. 주가가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4일 종가기준 루닛 주가는 4만6200원, 시총은 1조3320억원이다. 1년 중 최고가 13만4942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장 큰 요인은 소통에서 찾을 수 있다. 볼파라 인수 대금을 부채금융을 일으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지키지 못했다. 달라진 시장 환경 등이 이유였지만 인수자금 상당 부분을 전환사채(CB)로 충당하게 됐다.

여기에 최근 들어 시장은 루닛에 내세웠던 장밋빛 전망의 '현실화'를 요구하는 모습이다. 상장 증권신고서에서 루닛은 2023년 517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2024년의 경우 매출 916억원, 영업이익 86억원으로 흑자전환을 전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정치는 실제 실적과 다소 차이가 많다. 지난해 루닛의 매출은 251억원. 전년보다 매출이 두 배가량 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상장 시 제시한 목표에는 한참 못 미친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422억원으로 올해 흑자전환 달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간극을 줄일 한방은 암 진단 솔루션 '루닛인사이트' 그리고 AI 바이오마커인 '루닛 스코프'에 있다. 특히 루닛은 루닛스코프가 매출 확대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빅파마 신약개발에 루닛스코프를 활용한 분석 서비스를 제공 중이고 작년부터 커머셜 매출도 나오기 시작했다.

루닛인사이트의 경우 신규 시장인 미국 지역으로 저변을 넓히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이번에 인수한 볼파라를 통해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더해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기업-정부간 거래(B2G) 시장 확대도 꾀하는 중이다.

루닛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는 의료계 파업 등으로 의료기관에 제품을 납품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등 변수가 있었다"면서 "루닛인사이트와 루닛스코프의 매출은 올해 작년보다 더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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