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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유증·메자닌 승부수

'볼파라 올인 선언' 루닛, 조달 전략 두달만에 뒤집었다

인수대금 상당 부분 CB 충당, 리파이낸싱도 노렸지만 결국 지분희석 감내 선회

최은수 기자  2024-04-30 08:23:07

편집자주

투자 유치는 곧 기업의 능력이다. 특히 뚜렷한 매출원 없이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R&D)에 쏟는 바이오 기업에 있어 자금 확보는 '생명줄'과도 같다. 다만 투자금 규모에 따라 기업의 지배구조는 물론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자금 조달 목적 및 투자 조건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펀딩난 속 자금을 조달한 기업과 이들의 전략을 짚어본다.
루닛이 1700억원 규모의 첫 메자닌 발행으로 AI 기반 유방암 진단업체 볼파라 인수에 올인하는 배경에는 남다른 속사정이 있다.

당초 볼파라 인수를 위해 부채금융을 활용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단기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웠다. 결국 입장을 바꿔서 인수자금 상당 부분을 CB로 충당한다. 고금리 상황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차입을 하는 것과 지분 희석을 두고 고심 끝에 후자를 선택했다.

◇'발행주식 10.5%로 1665억' 메자닌 승부수

루닛은 유방암 검진에 특화된 AI 플랫폼 기업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완료하기 위해 1715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한다. 발행 물량은 참여한 30여 개 기관에 의해 모두 소화됐다. 전환가액은 주당 5만4872원이다. 사채 만기는 5년, 전환사채 발행 1년 후부터 주식으로 전환 가능하다.


이와 함께 운영자금 확보 명목으로 50억원 규모의 2회차 CB도 함께 발행했다. 작년 17억원의 단기차입을 전액 상환하면서 무차입 기조가 시작됐는데 이를 유지하기 위한 윤활유 확보 차원으로 보인다. 납입일은 내달 3일이다.

루닛이 볼파라를 인수하기 위한 대규모 캐피탈콜은 예견된 사안이었다. 작년 말 볼파라를 1억9307만달러(한화 약 252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를 자체적으로 소화할 재무 체력을 완비하진 못했다.

볼파라의 가치는 그간 축적한 의료 데이터에 있다. 볼파라가 보유한 플랫폼을 통해 환자로부터 확보한 유방암 관련 이미지 수만 1억장이 넘는다. 루닛이 진행 중인 연합학습 기반 AI 플랫폼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매력적인 매물을 확보하기 위한 확실한 조달 전략으로 2000억원에 육박하는 마수걸이 CB 발행을 택한 셈이다. 그간 일부 단기차입 등 파이낸싱 전략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소액에 머물렀던 점이 CB 발행에 무게를 더했다.

루닛은 작년 약 60억원에 달하는 차입을 전량 상환했다. 올해부턴 무차입 경영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연결 기준 300억원에 달하는 보유 유동성 등을 고려할 때 구태여 차입을 끝내야 할만 재무 이슈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한층 우호적인 금리 및 발행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태핑을 겸한 리파이낸싱 전략으로 풀이된다. 마침 볼파라 인수를 위해선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했던 것도 이런 재무적인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다만 당초 루닛의 전망과 실제 금융권에서 제시한 조건을 둔 온도차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달 전략은 공개 두 달 만 선회… '뜻밖의 지분희석' 주주 간 긴밀한 스킨십 필요

결국 볼파라 인수 이후 별도의 차입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올해 초 경영을 총괄하는 서범석 대표는 시장에 인수자금 상당 부분을 부채금융을 활용해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뒤집었다. 두 달 만에 전체 인수 대금의 3분의 2를 CB로 충당하겠단 결정을 내렸다.

앞서 발행한 CB는 약 30여 곳의 기관을 통해 모두 소화됐다. 자금을 여러 기관이 나눠 짊어진만큼 이번 발행이 최대주주 변경의 트리거로 작동할 우려는 낮다. 그러나 추후 감내할 지분 희석 규모는 1회차 CB만 놓고 보면 10.5%다.

작년 말 기준 최대주주인 백승욱 의장과 서 대표를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지분율은 20.57%, 백 의장 개인 지분율은 6.86%다. 그러나 물량에 대한 전환이 이뤄지면 지배주주 지분율은 10% 중반 대로 내려간다. 지분 희석에 대한 우려와 조달·재무 방침 변화를 두고 시장과 한층 긴밀한 스킨십이 필요해 보인다.

메자닌 발행을 통해 제기된 신뢰 문제는 볼파라 인수를 마무리한 이후의 '외연 확장'을 통해 첫 단추를 풀 것으로 보인다. 볼파라 인수만 마치면 상장 당시 약속한 매출 가이던스 시현이 가능해진다. 루닛은 상장 공모 당시 추정 매출로 2023년 517억원, 2024년 916억원을 전망했다. 루닛의 작년 매출은 251억원, 볼파라는 282억원을 기록했다.

루닛 관계자는 "메자닌 규모 늘리는 건 결국 볼파라 인수와 관련이 있다"며 "올해 주주 총회에서 자금 마련을 위해 미리 캐파를 늘렸고 사세 확장을 위한 CB 발행을 우호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을 순조롭게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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