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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분석

'A-' 대한항공, 회사채 발행금리는 'A+급'

4% 안팎 금리 확정, A+ 등급민평보다 낮아…순차입금 줄어 상향 트리거 '터치'

백승룡 기자  2024-06-25 15:29:18
신용등급 ‘A-‘인 대한항공이 공모채 발행금리를 4% 안팎에서 확정했다. 자체 신용도 대비 2노치(notch) 높은 A+ 등급 수준의 이자비용이 책정된 것이다. 비교적 낮은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외 인지도가 우수한 데다가 재무개선 추세가 뚜렷해, 시장의 투심이 매우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 공모채 발행조건 확정, 4% 안팎에서 4000억원 조달…'A+' 등급 수준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4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한다. 당초 2500억원어치 모집에 나섰던 대한항공은 최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9070억원의 투자수요를 모으면서 발행액을 늘린 것이다. 대한항공의 회사채 발행은 지난 2월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다. 이번 주관업무는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이 공동으로 맡았다.

눈에 띄는 점은 대한항공의 발행금리다. 대한항공은 △2년물 3.888% △3년물 3.989% △5년물 4.158% 등으로 금리를 확정했다. 각 만기별 대한항공의 개별민평금리보다 적게는 20bp(1bp=0.01%포인트), 많게는 69bp까지 낮췄다.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주문이 낮은 금리에 대거 몰린 영향이다. 5년물 수요예측에서는 대한항공의 개별민평 대비 -95bp 금리로 주문을 넣은 기관도 있었다.

이는 대한항공이 속한 A- 등급은 물론, 2노치 높은 A+ 등급의 민평평균금리보다 낮은 금리 수준이다. 민평금리는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일 단위로 평가한 등급별·기업별 고유 금리다. A+ 등급민평금리는 2년물 3.96%, 3년물 4.12%, 5년물 4.60%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이보다 낮은 금리를 거머쥔 대한항공은 사실상 자본시장에서 A+등급 이상의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한 주관사 관계자는 “비우량채로 분류되는 신용등급 A급에서 한 번에 4000억원씩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곳은 손에 꼽는다”며 “등급은 낮지만 국내 1위 국적항공사라는 인지도와 사업안정성으로 인해 시장의 투심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장기물 수요가 강한데 발행물량이 희귀하다 보니 특히 5년물 입찰 경쟁이 치열했다”며 “리테일 수요가 다수지만 은행, 보험사, 공제회, 중앙회 등 다양한 기관에서 입찰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 비우량 등급으로도 6번째 '빅 이슈어' 등극…신용등급 상향 트리거도 '터치'

대한항공은 지난해 10월 BBB+에서 A-로 신용도가 상향 조정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초 BBB+ 등급에서도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에 오르는 등 하방 압력이 거셌지만 대규모 자본 확충과 구조조정, 지난해 엔데믹 전환 등에 힘입어 빠르게 정상 궤도로 올라선 덕분이다. 대한항공이 A-등급을 되찾은 것은 지난 2015~2016년 BBB급 강등 이후 약 8년 만이었다.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선호하는 대한항공은 신용도 개선 이후 공모조달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2월 4500억원 규모 공모채를 발행한 데 이어 이날 4000억원을 조달하면서 대한항공은 올해만 총 8500억원의 공모채를 발행했다. 올해 공모채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1조6000억원), KB증권(1조2000억원), LG유플러스(1조1000억원), LG화학(1조원), 연합자산관리(9000억원)에 이어 6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금리도 매 발행 때마다 2노치 높은 A+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항공의 3년물을 기준으로 보면 등급 상향 직후인 지난해 11월에는 발행금리가 5.397%였는데, 당시 A+ 등급민평금리는 5.305%로 9bp 남짓 차이였다. 올해 2월 발행 당시 3년물 금리는 4.499%로 A+ 등급민평금리(4.602%)보다 10bp 이상 낮았다. 이번 3년물 금리는 A+ 등급민평금리보다 12.7bp 낮게 확정됐다.

A- 등급으로 올라선 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미 상향 트리거를 터치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2.5배 이하 △자기자본 대비 순차입금 200% 이하 등을 상향 트리거로 제시하고 있는데, 올해 1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은 각 지표에서 1.2배, 47.9%를 기록했다. 개선된 당기순이익이 쌓이면서 순차입금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대한항공의 순차입금은 2020년 말 13조7205억원에서 올 1분기 말 4조7736억원으로 큰 폭 줄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연결기준 △EBITDA/금융비용 7배 이상 △총차입금/EBITDA 3배 이하 등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 지표에서도 각각 7.2배, 2.9배로 상향검토요인을 충족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20~2021년 두 차례의 대규모 유상증자, 유휴자산 매각 등 자구계획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 유입이 이뤄졌고, 2022년 리오프닝 국면에서 여객 수요 회복과 화물 실적 호조 지속이 맞물려 연결기준 매출액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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