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Company & IB

대기업 스킨십 늘리는 현대차증권, 발판은 'CP'

2023년 이후 CP 인수물량 '확대'…LS전선·㈜SK 회사채 인수단 합류 '쾌거'

권순철 기자  2024-06-18 14:51:16

편집자주

증권사 IB들에게 대기업 커버리지(coverage) 역량은 곧 왕관이다. 이슈어와 회사채 발행이란 작은 인연을 계기로 IPO와 유상증자 등 다양한 자본조달 파트너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기업들이 증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기반으로 한 실력이 될 수도 있고, 오너가와 인연 그리고 RM들의 오랜 네트워크로 이어진 돈독한 신뢰감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기업과 증권사 IB들간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스토리를 좀 더 깊게 살펴본다.
기업금융 강화에 나선 현대차증권이 대기업 회사채 커버리지를 확장하고 있다. 기존에는 현대자동차 계열사와 금융, 공기업 회사채를 주로 인수했지만 최근 들어 LS전선, ㈜SK 등 대기업들의 공모 회사채 인수단에도 합류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기업어음(CP) 인수를 늘렸던 것이 하나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현대차증권 기업금융1팀은 2023년부터 CP와 회사채 세일즈 전문 인력을 대거 수혈했다. 대기업들에 유리한 조건으로 CP 발행을 도와주면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CP 발판 스킨십 확대…LS전선·㈜SK 회사채 인수단 합류

현대차증권은 전통적으로 회사채 주관 및 인수 업무에 있어서 강점을 지닌 하우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증권의 회사채 인수 실적은 8520억원으로 전체 17위를 기록했다. 커버리지 역시 현대자동차 계열사와 더불어 금융사, 공기업 등이 주요 대상이었다.

최근 들어 대기업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월 LS전선은 10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했는데 인수단 중 하나로 현대차증권을 포함시켰다. 현대차증권은 당시 3년물 트랜치에 배정된 300억원 가운데 3분의 1을 인수했는데 LS전선의 공모채를 소화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도 공모채 인수단으로 현대차증권을 다시 선임하고 있다. 2019년을 마지막으로 양사는 공모채 시장에서 거의 마주치지 못했지만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5월, 9월에 이어 올해에도 ㈜SK가 공모채를 발행할 때마다 인수단에 합류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현대차증권이 대기업들의 CP 인수 물량을 확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LS전선이 대표적인 예다. 2022년 이전까지 LS전선의 CP는 KB증권과 삼성증권이 번갈아 인수했지만 지난해부터 현대차증권이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해 1조7250억원 규모를 인수했는데 이는 전체 발행총액의 약 25%에 달하는 물량이다.

㈜SK의 CP 인수 물량도 2023년을 기점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대차증권은 2020~2022년 ㈜SK의 CP 인수 실적이 없었지만 지난해 간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월에도 BNK투자증권, SK증권, 다올투자증권과 함께 ㈜SK가 찍은 CP를 공동 인수한 바 있다.
출처: 더벨플러스
◇'경쟁력 있는' 금리·세일즈 전문인력 영입…기업금융 수익 '다각화' 일환

대기업들이 만족할 만한 조건으로 CP를 소화했던 것이 회사채 인수단 선정에서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CP 인수 경험은 회사채 발행 관련 인수단을 선정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며 "현대차증권은 지난해부터 LS전선 등 발행사들이 찍는 CP 인수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여타 증권사 대비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시하면서 발행사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P의 경우 증권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철저히 금리 경쟁 시장이다"며 "발행사는 금리 비교를 통해 인수 증권사를 선정하는데 타사 대비 낮은 금리를 제시해야 물량을 인수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짚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A1급 발행사가 만기 90~179일의 CP를 찍기 위해서 감당해야 했던 가중평균금리는 3.93%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시기 LS전선은 현대차증권의 도움을 받아 동일 만기의 CP를 3.86~3.89% 수준에서 찍을 수 있었다.

더불어 CP 및 회사채 세일즈 전문 인력을 대거 영입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했다. 다른 중소형 하우스와 마찬가지로 부동산PF 사업 비중이 높았던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부동산 시장 침체로 IB 부문에서의 실적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다만 지난해부터 수익 다각화의 일환으로 기업금융1팀은 외부에서 세일즈 맨파워 비중을 늘렸다.

CP 인수의 경우 수익성이 높지는 않지만 기업금융 강화 차원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즈니스로 꼽힌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CP 소화 물량이 많아지면 회사 수익에 일정 부분을 기여하기도 한다"고 짚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