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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를 움직이는 사람들

'재무 엘리트' 장민 CFO, 조달·투자·주주환원 과제

⑤케이뱅크 시절부터 내부 신임 단단, 연초 회사채 흥행 이끌어 주목

이민우 기자  2024-06-11 10:03:41
KT

편집자주

KT는 지난해 김영섭 대표를 수장으로 낙점하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인사다. 내부 옥석 가리기를 비롯해 외부 인사도 빠르게 수혈하고 있다. 특히 AI 시대를 맞이하며 기술 전환 채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과거 '디지코'와 유사하지만 같지는 않다. 기술력에 보다 무게추를 둔 'AICT'를 슬로건으로 내걸어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 성공을 위해서는 핵심 인물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KT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고 있는 리더들의 면면을 조명해 본다.
장민 전무는 지난해 연말 KT 본사에 복귀했다. 요직 등용문인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올랐다. 그만큼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케이뱅크 경영기획본부장(CSO)을 거치며 보여준 실력과 공로를 인정받은 덕분이다.

탄탄한 입지를 지녔지만 CFO는 만만찮은 시험대다. KT는 AICT 기업으로 전환을 꾀하며 과도기에 들어섰다. 조달과 투자, 현금 관리 등 과제가 산적하다. 장 전무는 안정적인 조달로 KT 재무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AI 투자와 주주환원정책 간 현금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경영진 교체에도 본사 핵심 임원으로 진입, 케이뱅크 IPO 책무 여전

장 전무는 지난해 KT CFO 부임 직전까지 손자회사 케이뱅크에서 CSO이자 CFO로 활약했다. 이전에는 BC카드 경영기획총괄 등 금융 관련 계열사에서 주로 활약했다. 이번 KT 본사 복귀는 4년여만이다. 계열사 전출 이전엔 KT경제경영연구소와 재무실, 비서실 2담당 등을 거쳤다.

과거 이력에서 보듯 장 전무는 KT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 금융 전문가다. 특히 2021년 당시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한 케이뱅크에 배치된 점은 장 전무에 대한 내부 신뢰도를 보여준다. 케이뱅크가 KT 탈통신 전략의 최중요 포트폴리오로 IPO 역시 그룹 전체 숙원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초 고금리 기조,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IPO 재수를 선택했다. 책임론이 부각될 수도 있었던 장 전무는 그룹 핵심인 본사 CFO로 부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케이뱅크 운영과 전략을 안정적으로 설계한 역량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본사 복귀로 손을 뗄 것으로 보였던 케이뱅크 경영에 다시 참여한 점도 장 전무의 입지를 보여준다. KT CFO 임명 후 한 달 만인 지난해 12월 기타비상무이사로 케이뱅크 이사회에 합류했다. 케이뱅크는 이달 상장예비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6조원대 밸류에이션 평가를 받고 있다.

장 전무는 김 대표 체제에서 CFO를 맡아 주요 계열사 차기 대표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통상 KT CFO는 대표와 함께 손발을 맞춰 그룹 경영을 이끄는 최고위직이다. 대표 교체와 함께 임기를 마친 뒤 퇴진할 수도 있지만 승진 또는 자회사 수장 자리를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례로 황창규 전 대표이사 체제 당시 곳간을 맡았던 윤경근 전 CFO는 KT is 대표를 지냈다. 장 전무 전임자인 김영진 부사장은 진급과 함께 KT에스테이트 경영기획총괄로 전출됐다. 김 부사장은 최남천 KT에스테이트 대표이사 뒤를 이을 유력한 차기 수장으로 꼽힌다.

업계는 장 전무 역시 KT CFO직 수행 중 큰 과만 없다면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케이뱅크 IPO를 완수할 경우 공로를 인정받아 CFO 임기 뒤 곧장 계열사 대표 자리에 앉을 가능성도 높다.

◇투자 시장서 확인된 소통 능력, 내부에선 재무통 김영섭 대표 캐미 관건

업계는 장 전무가 KT CFO직을 수행하면서 감당할 책무와 중압갑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보좌할 김 대표가 LG유플러스 CFO 출신 재무통으로 장 전무의 업무를 꿰뚫어보고 있다. 경영 호흡 측면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장 전무에게 내려지는 평가 역시 냉철할 수 있다.

KT가 현재 AI 시대를 거치며 AICT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는 만큼 조달과 투자 배분, 배당 등으로 인한 현금 유출 관리를 포함한 과제도 막중하다. 그나마 KT가 국내 3대 신용평가사에서 신용평가등급 AAA를 받는 초우량 기업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다.

KT는 올해 초 회사채 공모에서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수요를 모았다. 수요예측 당시 설정한 2000억원의 9배다. 덕분에 증액도 안정적으로 이뤄져 4000억원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과거 케이뱅크 유상증자 당시 발휘한 장 전무의 투자 유도 능력이 빛을 발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장 전무는 소속 회사 비전과 기대 수익성만 아니라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조달 계획으로 투자 시장과의 대화에 임하는 것으로 평가가 높다”며 “KT 회사채 공모 흥행은 우수 신용평가 영향도 있지만 소통과 청사진 어필 전반전에서 좋은 인상을 준 점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조달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장 전무가 집중할 다음 스텝은 투자 배분과 현금 유출 관리다. KT는 지난해 AI시대 도약을 목표로 2027년까지 7조원 투자를 계획했다. 김 대표 부임 이전 발표됐으나 AICT 기업 전환을 선언한 만큼 규모는 큰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상당한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균형감 있는 투자 계획 마련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KT가 현재 높은 수준의 배당 성향과 주주환원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10월 별도 조정 당기순이익 50%를 주주환원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연간 배당금도 주당 최소 1960원으로 2025년까지 유지하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에 근거하면 KT가 연간 배당금으로 유출할 현금은 최소 5000억원에 달한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을 고려하면 주주환원정책으로 지출할 현금은 더 많을 전망이다. 주주에게는 희소식이지만 투자 재원에 영향을 줄 사안인 만큼 KT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장 전무의 곳간 관리와 비용 절제 능력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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