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기업집단 톺아보기

한 지붕 두 가족 세아, 특수강·강관 두 뿌리 내렸다

①창업주 장·차남 직계 가족 경영 체제, 1700억 상속세 영향 주효

김소라 기자  2024-05-28 08:35:39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철강 그룹 '세아'는 65주년 업력을 토대로 성장해왔다. 1960년 설립된 '부산철관공업'을 모태로 한다.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을 견뎌온 만큼 그에 걸맞게 외형도 키웠다. 올해 공정위원회가 발표한 공시 대상 기업집단 현황에서 자산총계 기준 40위권에 랭크됐다. 자산총계 11조7000억원으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세아를 이루는 근간은 크게 2개다. 각각 서로 다른 제품 포트폴리오에 대한 지주사 역할을 하는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다. 전자는 고철에 니켈 등을 넣어 만드는 특수강 제조 사업, 후자는 철판을 말아 관을 만드는 강관 사업을 영위한다. 이 2개 사업축을 토대로 하나의 거대 기업집단을 형성하는 그림이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각각의 지주사 아래에 유관 업종 계열사들이 모여있는 구조"라며 "평소 동일한 시기 각 업종 영업 성과가 비슷하게 나타난다기 보단 하나가 다른 하나를 보완해주는 식으로 실적이 발생하는 편"이라 설명했다.


2개의 대분류로 나눠진 기업집단인 만큼 세부 체제도 사뭇 다르다. 이는 경영 및 지배력 행사와 관련한 부분이다. 그룹 창업주 이종덕 명예회장의 두 손자가 각 부문을 이끌고 있다. 3세 경영이 일찍이 시작됐다. 이 3세들이 저마다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에 대한 지배력을 갖고 경영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크게 친척 사이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서로 다른 두 가족이 함께 그룹을 책임지고 있다.

지배구조 변동 촉발 계기는 창업주 2세인 이운형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진이다. 이 전 회장이 2013년 작고하며 지분 및 경영 체제에 변화가 따르게 됐다. 세아홀딩스, 세아제강지주 각각의 지주사에 대해 최대 지배력을 보유하는 동시에 최고 의사결정권자 역할을 하던 이 전 회장의 부재로 남은 이들이 그 자리를 채워야했다. 당시 가장 사정권에 있던 인물은 이 전 회장의 아들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략기획팀 팀장(현 세아홀딩스 대표)이었다. 이때 36세의 나이로 막 세아홀딩스에 입사한 지 5년째에 접어들었던 이 팀장은 다소 이른 시기 경영 중책을 맡아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태성 대표에게 시간을 벌어준 이는 작은아버지 이순형 회장이다. 이운형 전 회장 작고 후 세아홀딩스는 이순형 단독 회장 체제로 전환됐다. 이순형 회장은 그로부터 약 5년간 대표이사직을 계속 수행했고 2018년 조카 이태성 당시 세아홀딩스 전무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넘겨줬다. 이때 이태성 전무는 1대 주주 자리에 위치했다. 아버지 이운형 전 회장 보유분 상속 및 자체 지분 매입을 통해 35%대 지배력을 확보한 참이었다. 어머니 박의숙 당시 세아네트웍스 회장 몫까지 합하면 유효 지분은 46% 수준이었다.


그룹 내 또 다른 지주사 세아제강지주는 온전히 별도 지배체제 아래 있다.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의 사촌이자 이순형 회장의 아들인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대표가 최대 지배력을 갖고 있다. 올 1분기 말 기준 이주성 대표의 세아제강지주 단일 지분은 21.6%다. 여기에 이주성 대표의 개인회사인 부동산 임대업체 '에이팩인베스터스' 보유분(22.8%)까지 합하면 지배지분은 44%에 달한다. 아버지 이순형 회장 또한 12.5%의 지분을 들고 있다. 즉 세아제강지주는 창업주 이종덕 명예회장의 차남 직계 가족이 오롯이 지배하고 있다.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를 비롯한 창업주 장남 직계 가족은 세아제강지주와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다. 현재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대표 및 이순형 회장이 세아홀딩스에 대해 총 26% 지분을 보유한 것과 상반된다. 이태성 대표는 지난 2017년 9월을 기점으로 세아제강지주 보유분 전량을 처분하며 지분 관계를 완전히 정리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는 이순형 회장으로 변경됐다. 이후 세아제강지주는 약 1년 후인 2018년 9월 강관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세아제강'을 신규 설립했다. 창업주 차남 직계가로 분리된 후 경영에 능동적 변화가 감지됐다.

이때 창업주 장남 직계 가족이 표면적으로 세아제강지주에 손을 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세금 납부 이슈 때문이다. 이운형 전 회장 지분 상속분에 대한 세금 납부 이슈에 직면한 탓이다. 생전 이운형 전 회장은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에 대해 각각 17.95%, 12.93% 지분을 갖고 있었다. 이 지배지분을 넘겨 받은 이태성 대표는 상속분 납부를 위해 세아제강지주 지분 전량을 팔아야했다. 세아그룹 측에 따르면 당시 이운형 회장 지분 상속에 따라 이태성 대표를 대상으로 부과된 세금은 1700억원 수준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