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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 비은행 계열사도 'CEO 승계 절차' 고도화

기존에는 '지주·은행' CEO 육성 초점…'보험·캐피탈·자산운용' 그룹사 확대

최필우 기자  2024-05-27 10:03:27
DGB금융이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을 전체 계열사로 확대한다. DGB금융은 금융권 최초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지난해에는 지주로 적용 대상을 늘렸다. 이젠 보험, 캐피탈, 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에도 체계적인 CEO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승계 프로그램 그룹사 확장으로 전문성 중심의 계열사 CEO 임명 기조가 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DGB금융은 가급적 비은행 계열사에 각 업권 전문가를 기용하는 원칙을 준수하려 하고 있다. 외부 인사 뿐만 아니라 계열사 임원도 승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면서 CEO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계열사 임원 34명 후보군…연차별 프로그램 세분화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은 오는 11월까지 CEO 경영승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계열사 최고경영자 후보 육성과 절차 체계화를 통한 지배구조 선진화 목적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DGB금융지주, 대구은행, 하이투자증권, DGB생명, DGB캐피탈, 하이자산운용 임원 34명이 참여한다. 임원들은 신임 임원, 2년차 임원, 3년차 이상 임원으로 분류돼 교육 프로그램에 임한다.

DGB금융은 임원 연차별로 세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신임 임원은 그룹 CEO 1대 1 면담을 통해 임원으로 갖춰야 할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또 리더십 개발을 위한 테마별 교육을 받는다. 2년차 임원에게는 전문 역량을 심화하는 차원의 교육을 제공한다. 최고경영자 후보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경영 현안과 미래 전략 방향성에 대해 발표할 수 있는 기회도 부여하기로 했다. 3년차 이상 임원은 경영자 지식 함양을 위해 조찬 세미나에 참여한다.

이번 CEO 경영승계 교육 프로그램은 대상 임원을 지주, 은행에서 주요 계열사로 확대했다는 의미가 있다. DGB금융은 그간 지주 회장, 은행장 육성 및 승계에 초점을 맞춰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나머지 주요 계열사에도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계열사 CEO 승계 '전문성 중심' 모범사례 만들까

국내 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 CEO 면면을 보면 은행 출신이 대부분이다. 그룹 내에서 CEO로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인정받았지만 은행장이 되지 못한 인물들에게 기회를 배분하는 차원에서 비은행 계열사 CEO 자리를 활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행이 자리를 잡으면서 비은행 계열사 임직원 사이에서는 전문성 결여에 대한 우려와 CEO 내부 배출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DGB금융은 김태오 전 회장 시절 계열사 CEO 선임에 있어 전문성을 중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그룹 차원의 관리 필요성이 커진 하이투자증권 CEO에 대구은행 출신을 기용했지만 보험, 캐피탈, 자산운용 계열사는 각 업권 출신 CEO 기용 원칙을 지키고 있다.

DGB금융이 그룹사 CEO 육성 및 승계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으면 전문성 중심 인선 기조가 뿌리 내릴 수 있다. 기존에는 외부에서 전문가를 CEO로 영입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젠 전문성을 갖춘 CEO를 내부에서도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현직 계열사 임원들에게 CEO 도전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건전한 내부 경쟁을 촉진하고 조직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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