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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정책 리뷰

금호석화 배당 효자 금호피앤비화학, 역할 커질까

모회사 실적 부진 시작되자 배당 재개, 꾸준히 이어질지는 미지수

김위수 기자  2024-05-24 10:23:03

편집자주

분기·연간 실적 발표 때마다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기업이 발표하는 배당정책이다. 유보 이익을 투자와 배당에 어떤 비중으로 안배할지 결정하는 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핵심 업무다. 기업마다 현금 사정과 주주 환원 정책이 다르기에 재원 마련 방안과 지급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주요 기업들이 수립한 배당정책과 이행 현황을 살펴본다.
금호석유화학의 자회사 중 모회사에 배당금을 지급하는 곳으로는 금호미쓰이화학과 금호피앤비화학이 있다. 그간 금호미쓰이화학이 '배당효자'로 역할을 해왔는데, 최근에는 금호피앤비화학이 금호미쓰이화학보다 더 많은 금액을 올려보내고 있다. 올초 금호석유화학이 금호피앤비화학으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은 금호미쓰이화학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의 두 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금호피앤비화학에는 배당의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이익잉여금이 1조5000억원 넘게 쌓여있는 상태다. 합작법인(JV)인 금호미쓰이화학과 달리 금호석유화학의 100% 자회사이기도 하다. 금호피앤비화학은 금호석유화학의 가장 큰 자금줄로 자리매김할까.

◇2022년부터 매년 502억 지급

금호석유화학은 올 1분기 중 금호피앤비화학으로부터 502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금호피앤비화학이 집행한 지난해 기말배당금이다. 금호피앤비화학의 지난해 총배당금은 당기순이익 354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배당성향은 142%로 나타났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피앤비화학으로부터 2022년부터 3년 연속으로 502억원의 배당금을 받게 됐다. 금호피앤비화학은 2022년 4분기 중 중간배당으로 금호석유화학에 502억원을 지급했다. 또 같은해 기말배당을 502억원 집행,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1분기 중 이를 수취했다. 여기에 올초에도 지난해 기말배당 명목으로 집행한 502억원의 현금을 금호피앤비화학으로부터 확보할 수 있었다.

금호피앤비화학의 배당금은 금호미쓰이화학 등 다른 자회사들의 배당금에 비해 규모가 크다. 올 1분기 별도법인 기준 금호석유화학의 배당수익은 76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66%에 해당하는 502억원을 금호피앤비화학이 책임졌다. 금호미쓰이화학의 지난해 기말배당금은 480억원 규모로 50%의 지분을 가진 금호석유화학은 올 1분기 중 240억원을 수령했다.

사실 금호피앤비화학은 금호석유화학의 '전통적인' 배당수익원은 아니다. 최근 10년간의 배당 추이를 살펴보면 2022년 이전에 배당을 실시한 해는 2018년뿐이었다. 18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특별히 좋은 실적이었다. 당시 당기순이익은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00% 늘어난 금액이었다. 이전까지 금호피앤비화학의 당기순이익은 수백억원대였다.


금호피앤비화학이 배당을 재개한 2022년 전후로도 특이점이 있다. 직전해인 2021년 당기순이익이 7340억원에 달한다. 최대 실적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338%으로 계산됐다. 이전과 달리 금호피앤비화학이 호실적을 거두자마자 배당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2022년 4분기가 돼서야 배당금을 지급했다.

2021년과 2022년은 금호석유화학이 조단위 순이익을 연이어 기록하던 시기다. 굳이 배당금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금호석유화학의 실적이 하강곡선을 타기 시작한 무렵부터 배당금을 올려보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매년 꾸준히 배당을 통해 모회사에 현금을 밀어넣기보다는 이익을 쌓아두며 필요한 시점에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앞으로도 '502억 배당' 이어질까

금호피앤비화학 자체적으로도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14.5%로 매우 낮고, 총차입금도 738억원 규모로 현금성자산(5033억원) 보다 현저히 적다. 4295억원의 순현금을 보유 중인 상태다.

배당재원으로 활용되는 이익잉여금을 꾸준히 쌓아왔다. 특히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실적 호조를 보이며 이익잉여금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3년간 당기순이익 규모는 천억원대를 유지했다. 특히 2021년에는 역대 최고치인 73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 금호석유화학은 페놀·아세톤·큐멘·비스페놀-A(BPA) 등 화학 유기물체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당시 손세정제 수요가 확대되며 아세톤 실적이 크게 개선되며 실적 상향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배당여력은 충분하지만 비슷한 규모로 꾸준히 배당을 실시할지는 미지수다. 금호피앤비화학의 실적 역시 가라앉고 있다. 금호피앤비화학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54억원에 불과했다. 전년 대비 85%가량 줄어들었다. 이같은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수요 부진과 증설 부담과 수출처인 중국의 더딘 수요 회복세 등을 감안하면 중단기적으로 수익성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사업과 관련한 투자도 준비 중이다.

또 금호피앤비화학이 배당을 시작한 것은 석유화학 시장상황의 부진으로 인한 금호석유화학의 실적악화가 가시화된 시점이다. 이전까지 금호피앤비화학은 정기적으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런 경향성을 살펴봤을 때 앞으로도 금호석유화학이 금호피앤비화학으로부터 지금과 같이 매년 502억원씩 받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장담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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