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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음만 찾던 LG유플러스, 다시 찍기 시작한 회사채

1Q 5000억대 사채 발행, CP 규모 축소…조달시장 훈풍·단기필요자금↓ 영향

최현서 기자  2024-05-22 16:28:21
최근 몇 년 동안 기업어음(CP) 위주로 자금을 끌어오던 LG유플러스가 올 1분기 들어 조달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중이 낮았던 회사채 발행량을 갑작스럽게 늘렸다.

얼어붙었던 회사채 시장이 '해빙 무드' 접어들자 조달 수단을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기에 집행해야 했던 설비투자(CAPEX)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점도 CP를 통한 단기자금 조달 전략을 버린 배경으로 거론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올 1분기 총 9000억원의 채무증권을 발행했다. 이 중 4000억원은 CP, 나머지 5000억원은 회사채다. 전년 동기만 해도 채무증권 중 CP가 8000억원, 회사채가 4000억원으로 차이가 컸다.

LG유플러스가 올 들어 조달한 CP는 모두 3개월 단기 어음, 회사채는 2·3·5년물이다. 2분기부터 기존 CP 역시 회사채로 대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지난해 전반을 봐도 LG유플러스의 주요 조달 수단은 CP였다. 4조1700억원의 채무증권을 발행했는데 이 중 CP는 3조3300억원, 총 79.13%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연도별로 CP 발행 규모를 살펴보면 △2019년 0원 △2020년 3000억원(10.8%) △2021년 1조5000억원(34.2%) △2022년 1조8000억원(67.9%)으로 CP 비율이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지난해처럼 많았던 건 사실상 처음이다.

이 기간 LG유플러스가 CP 중심의 조달 전략을 짠 건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시작돼 지금까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불확실성도 커지며 회사채 시장에 영향을 줬다.

단기에 필요한 자금 수요가 많았다는 점도 CP 시장을 찾았던 배경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7월 5G 3.5기가헤르츠(㎓) 대역 20메가헤르츠(㎒)를 추가로 할당받았는데 해당 대역폭의 기지국을 구축하기 위해 CAPEX를 조기에 집행해야 했다. 지난해 CAPEX는 2조5140억원으로 전년(2조4200억원) 대비 3.9% 늘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회사채 시장이 개선되면서 LG유플러스도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본격 나설 수 있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기준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을 녹였다.

LG유플러스는 올 1월 회사채 발행 과정에 시장 훈풍 효과를 제대로 봤다. 올 1월 2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실시한 회사채 수요 예측에 총 1조7100억원이 몰렸다. 흥행에 성공하자 발행 규모를 5000억원으로 상향했다.

LG유플러스의 신용등급(AA)과 같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일반 회사채 발행 규모는 4조3270억원으로 전월(4조6420억원) 대비 8.6% 줄었지만 AA등급 이상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2조5300억원)는 같은 기간(2조1550억원) 대비 17.4% 늘었다.

LG유플러스의 회사채를 통한 조달 전략 변화는 급하게 자금을 투입할 곳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지국 구축이 마무리된 올 1분기 CAPEX는 전년 동기 대비 25.9% 줄어든 3849억원이다. 전 분기 대비로는 52.5% 줄었다.

다만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CAPEX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LG유플러스는 올 상반기 중 LG 그룹의 초거대 인공지능(AI) '엑사원'을 바탕으로 제작한 생성형 AI '익시젠'을 발표한다. 이를 활용해 기업·소비자거래(B2B), 기업간거래(B2C)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여명희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9일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 하반기에는 너겟 요금제 상담, 소호(소상공인) 기업 고객 상담을 위한 챗 에이전트도 출시할 예정"이라며 "챗 에이전트를 시작으로 모바일 인공지능 콘택트 센터(AICC), 인터넷TV(IPTV) 구성원 업무 지원 등 AI 에이전트 기술을 통합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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