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은 호황기를 맞은 것일까. 최근 저PBR주에 대한 재평가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보험사 주가가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보험사 자본과 순이익 극대화로 주가도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실질 자본이 늘고 수익이 불어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IFRS17 도입에 따른 K-ICS 비율 개선 결과라는 평가다. 오히려 미래 이익은 당겨 쓰고 리스크는 이연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킥스비율 개선과 맞물린 각 보험사별 자본 이슈를 점검해 본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지난해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신생 보험사다. IFRS17 도입에 따라 시행된 새 지급여력제도(K-ICS, 킥스)상 지급여력비율이 가장 극적으로 오가는 보험사이기도 하다.
이는 새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변화라기보다는 자산규모가 작은 탓에 자산 및 부채의 소규모 변동에도 비율지표가 크게 움직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손보가 지표의 일시적 급등락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체 사업역량을 키우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할 시기라는 진단이 나온다.
◇소규모 보험사의 비율지표 착시 효과
카카오페이손보는 2022년 말 기준 RBC(구 지급여력제도)비율이 1957.1%로, 2023년 1분기 말 킥스비율이 1354.8%로 집계됐다. 법인이 아닌 지점 형태로 국내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외국계 보험사들을 제외하면 두 기간 모두 보험업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지표를 기록했다. 602.3%포인트(p)의 변동폭 역시 업계 최대폭이다.
새 제도 도입 직전과 직후 카카오페이손보의 자본적정성 변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2022년 말 카카오페이손보는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이 523억원,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이 27억원이었으며 2023년 1분기에는 가용자본이 381억원, 요구자본이 28억원이었다. 가용자본이 142억원 줄었다.
이 142억원 중 리스크 측정방식 세밀화에 따른 변화를 제외한 순자산의 감소가 85억원이다. 카카오페이손보가 2023년 1분기 기록한 순손실과 일치한다. 회계기준 변경 직후의 지급여력비율 급락은 회계적 영향보다 사업영향이 더욱 컸다는 말이다.
142억원의 가용자본 감소가 큰 규모인 것도 아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2023년 1분기 말 자산총계가 754억원에 불과했는데 같은 기간 손보업계 평균은 10조4398억원이다. 즉 보험사의 절대적 규모가 작은 만큼 작은 변동에도 비율지표가 극적으로 움직였다는 의미다.
이후 카카오페이손보의 지급여력은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킥스비율이 2023년 2분기 말 2155.6%로, 3분기 말 6455.8%로 연이어 급등했다. 생·손보를 통틀어 1위를 유지 중이며 3분기 말 2위사는 442.9%의 팩토리뮤추얼인슈런스, 외국계 지점사를 제외할 시 408.8%의 SGI서울보증이다. 6000%p 이상의 격차다.
이 역시 소액의 변화에도 지표가 크게 움직이는 작은 규모에 기반을 둔다. 2023년 2분기 카카오페이손보는 직전 분기와 비교해 가용자본이 67억원(15%) 줄어든 314억원을, 요구자본이 13억원(46%) 줄어든 15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2023년 3분기의 킥스비율 급등은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배경이다.
애초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업법상 경영조치를 피하기 위한 기준이 100% 이상, 감독 당국의 권고 기준이 150% 이상인 지표다. 180%만 넘어도 안정적이라고 평가된다. 자릿수가 1개 다른 카카오페이손보는 지표의 급등락에 연연할 필요성 자체가 크지 않다. 현재로서는 회계관리 고도화보다 자체 사업확대를 통한 지표 안정화가 더욱 적확한 전략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IFRS17에서 불리한 CSM 확보, 장기보험 기반부터 닦기
카카오페이손보는 2021년 9월 설립됐으며 보험업 인가는 2022년 4월, 본격적 출범은 2022년 10월이었던 신생 디지털 보험사다. 1000%를 웃도는 안정적 지급여력은 규모에 비해 현금을 많이 들고 출발하는 신생 보험사의 특징에 기반을 둔다.
신생 보험사로서 카카오페이손보는 현금 이외에도 커다란 이점을 지니고 있다. 보험사업의 초기 단계부터 경영전략을 오롯이 새 회계기준에 맞춰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해 말 보험부채가 28억원이었다. 업계 평균 6조9187억원의 0.04%에 불과한 '걸음마' 단계다.
IFRS17 회계기준에서 보험사 실적에 가장 중요한 지표는 보험사의 기대 이익인 보험계약마진(CSM)이다. 일반보험보다 장기보험, 단기·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을 늘리는 것이 CSM 확보에 더욱 유리하다.
디지털 보험사는 CM채널(사이버마케팅)의 영업비중을 일정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법적 제한 때문에 장기 보장성보험 대비 약관이 간소한 일반 미니보험 위주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즉 IFRS17 아래에서 디지털 보험사는 태생적으로 일반 보험사 대비 CSM 확보에 불리하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이 한계를 넘기 위한 방안을 골몰 중이다. 앞서 3월 출시한 운전자보험이 그 사례다. 가입기간을 1~3년의 일반보험으로 설정해 소비자의 가입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토대로 가입자를 확보한 뒤 타사와 마찬가지로 10년 이상 가입기간의 장기상품을 내놓는 기반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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