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네이버가 콘텐츠사업을 시작한 지는 어언 20년이 넘었다. 당초 목적은 포털사이트에 접속한 고객이 떠나지 않도록 붙잡기 위한 것(Lock-in)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과정 자체가 목적이 됐다. 콘텐츠가 포털의 부수적 사업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사업성을 갖췄다.
그러나 콘텐츠사업은 성장성이 좋았지만 수익성은 한참 동안 숙제로 남겨졌다. 매출은 날이 갈수록 늘었지만 이익은 여기에 한참 못 미쳤다.
이들의 조달구조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스스로 돈을 벌지 못하지만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기업은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한다. 이 사업을 눈여겨 보는 다른 투자자를 찾거나 모회사가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이 두 가지 선택지를 각각 활용해 콘텐츠사업을 일궈냈다.
◇외부 투자 유치 적극 나선 카카오엔터, 비용통제 '사활' 카카오가 보유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분이 2022년 말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카카오가 보유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분은 66.1%다. 2022년 말 기준 카카오의 지분율이 73.6%인 점을 고려하면 7.5%p(포인트) 줄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해외 기관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결과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에서 1조1500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받았다.
이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초기부터 취한 성장전략이다. 카카오는 성장성 좋은 계열사를 키우기 위해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전략을 적극 활용해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주주가 다양한 배경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주주로 카카오와 해외 국부펀드 외에 포도아시아홀딩스(Podo Asia Holdings Ltd), 뮤지컬앤컴퍼니(Musical & Company Ltd), 스카이블루크리에이티브인베스트먼트(Skyblue Creative Investment Pte.Ltd.), 포도아시아(Podo Asia Ltd.), TCH C(TCH C Limited) 등이 있다.
포도아시아홀딩스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싱가포르투자청 GIC와 함께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고, 뮤지컬앤컴퍼니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단독으로 투자하고자 설립한 법인이다. 스카이블루와 TCH는 텐센트의 SPC다.
텐센트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주주로 이름 올린 지는 벌써 수 년이 지났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으로 나뉘어져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투자자로 함께해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외부 투자유치 전략만 고수한 건 아니다. 기업공개(IPO)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조달 전략에 변화를 줬다. 외부투자자가 늘어나면 이해상충, 오버행 이슈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 2022년부터 차입금을 늘려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해외법인인 래디쉬와 타파스를 합병, 타파스엔터테인먼트를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하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유동성 문제를 겪었다. 한국신용평가는 2022년 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유동성 규모는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성 차입금과 투자예정액, 기타금융비용 등을 충당하기에 크게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조달전략을 다시 외부투자 유치로 선회했다. 몸값 20조원을 바라보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초 11조3000억원 수준에서 기업가치를 인정하고 조 단위 투자를 받은 이유다.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수익성을 방어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인력충원을 통제, 사업구조를 개편하며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비용구조 개선이 이뤄진다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이익창출력이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버, 웹툰엔터에 실탄 2조원 지원…웹툰사업 '흑자전환' 성공 네이버의 미국 자회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상반된 길을 걸었다. 스스로 돈을 벌어서 메우지 못한 적자는 모회사인 네이버가 채워줬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출범한 2020년 6월부터 지금까지 네이버가 직접 지원한 자금은 모두 1조8000억원이 넘는다.
네이버가 웹툰엔터테인먼트에 최초로 투자한 건 2020년 6월이다. 글로벌 웹툰사업의 전초기지인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출범을 위해 네이버는 당시 최초 지분 취득금액으로 모두 3448억원을 썼다. 이후에도 네이버의 지원사격은 이어졌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유상증자 방식으로 웹툰엔터테인먼트에 현금을 각각 3000억여원, 4000억여원 쐈다.
네이버의 지원사격은 2023년 정점을 찍었다. 현물출자 방식으로 미국 왓패드코퍼레이션 지분 100%를 웹툰엔터테인먼트에 넘겼다. 해당 지분의 가치는 8000억원이 넘는다. 출범 초기부터 왓패드 지분까지 모두 합쳐 네이버가 웹툰엔터테인먼트에 2조원에 가까운 실탄을 직접 지원한 셈이다.
네이버가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지원한 사유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같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버는 돈보다 많은 금액을 투자하느라 외부투자를 유치했듯 웹툰엔터테인먼트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네이버에서 지원을 받았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왓패드와 라인디지털프론티어, 한국 네이버웹툰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이 중 제대로 돈을 버는 기업은 사실상 한국 네이버웹툰뿐이다. 시장선점을 위해 발버둥치는 해외법인의 적자를 한국 네이버웹툰의 흑자로 메우고 그러고도 부족한 부분을 네이버가 채워준 셈이다.
이에 따라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은 사실상 네이버가 모두 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단순하다. 2023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는 네이버로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라인이 26.21%, Z홀딩스가 2.49% 쥐고 있다. 라인과 Z홀딩스 모두 뿌리는 네이버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상장 준비도 착착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2일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웹툰사업이 인건비와 마케팅비 효율화, 핵심서비스와 지역 중심으로 투자를 집중한 덕분에 2023년 연간 기준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가 흑자전환했다고 밝혔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웹툰사업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IPO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