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어드밴스드가 2년만에 공모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그동안은 단기성 자금 조달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향후 1년 내 만기 도래하는 금액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차환을 위해서는 공모채만한 수단이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년 전 대비 신용등급이 한 노치 하향 조정됐고 실적도 감소했지만 수요는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영업환경이 어려워질 경우 모회사 SK가스의 지원이 유력한 데다, 업황도 업사이클로 전환될 것이라는 가능성에 기대감이 돌고 있다.
◇2년 만의 공모채 등판…장기 조달 필요성 '부각'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어드밴스드는 내달 3일 공모채를 발행해 500억원의 자금을 모집한다. 1년 6개월, 2년물로 트랜치를 구성했고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000억원 증액 발행도 고려하고 있다.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은 오는 24일 실시될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로는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이 선정됐다. SK어드밴스드가 2019년 공모채 시장에 데뷔했을 당시에도 대표 주관 업무를 담당했다. 가장 최근의 발행이었던 2022년 2년물 500억원, 3년물 1000억원을 모집했지만 2년물에 350억원의 주문을 받으며 미매각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신용등급도 'A-, 안정적'으로 한 노치 하향 조정되면서 단기 시장성 조달의 필요성이 커졌다. 지난 2월에는 5년 만에 CP를 발행해 총 300억원을 확보했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자금 조달 수단을 다양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CP 발행을 고려했다"며 "금리나 만기 등 여러 조건에서 CP가 보다 경쟁력 있는 수단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2년 만에 공모채 시장을 다시 찾은 배경에는 향후 1년 내 만기 도래하는 금액을 차환하기 위한 동기가 있다. 현재 9월 사모채 200억원, 12월 외화 사모채 3000만달러 및 내년 2월 공모채 1000억원의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도합 약 155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단기금융시장에서 한 번에 조달하기는 어렵다는 판단 하에 공모채를 선택했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SK어드밴스드 측에서는 사모채나 CP, 금융권 대출로 조달 전략을 이어가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현재 시점에서 차입금의 장기화를 꾀하는데 공모채만한 수단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주관사단과 의견 조율을 했다"고 말했다.
◇모회사 SK가스 지원 유력…수요예측 완판 '기대'
일각에서는 SK어드밴스드를 둘러싼 영업 환경이 2년 전 미매각이 발생했을 때보다 우호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만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원리금 상환 가능성 측면에서 문제될 부분이 없으며, 향후 업황도 긍정적으로 예상돼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SK어드밴스드의 경우 영업 실적은 하락세지만 상황이 악화된다고 할지라도 이를 억제할 안전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밸류체인 상 모회사인 SK가스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SK가스가 소방수로 등판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원리금 상환이라는 측면에서는 크게 우려할 부분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후문이다.
SK어드밴스드를 둘러싼 산업 환경도 점차 우호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글로벌 경기와 연동돼 업황 사이클이 보통 3~4년 주기로 반복된다. 신평사들은 올해 석유화학 업종의 아웃룩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올해 다운사이클에 진입한 지 3년째가 되면서 국면이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항후 2년 전후로 석유화학 업종의 다운사이클이 다시 업사이클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며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언제든 SK가스가 지원해줄 수 있어 원리금 상환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짚었다.
이에 더해 "현재까지 시장 반응을 본다면 증권사 리테일 위주로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관측된다"며 "수요예측 당일에는 일부 기관들도 참여하면서 충분히 수요가 모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