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이동통신 사업은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인구 감소가 시작돼 신규 사용자를 확보하기 어렵다. 서민 가계 부담 해결을 위한 통신비 인하도 꾸준히 요구받고 있다. 이동통신사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만 한다.
이런 이통사의 고민이 이날 열린 SK텔레콤 주주총회에서도 절실히 느껴졌다. 주총 의장을 맡은 유영상 SKT 대표이사(사장)는 20분 가까운 모두발언 시간을 할애해 주주들에게 AI 사업 계획을 설명했다. 통신 외 IT 사업의 기여도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도 어필했다.
◇AI 거버넌스 원칙 공개…올해 '성과 가시화' 목표 SKT는 26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제4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유 사장은 이 자리에서 "2024년은 AI컴퍼니 성과를 가시화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며 "2030년까지 국내 데이터센터 규모를 2배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실적에 AI 성과가 일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SKT는 2023년 연결 기준 매출 17조685억원, 영업이익 1조753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8% 증가했다.
유 사장은 이를 "AI를 통한 운영 효율화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실적개선 중심에 8%대 성장을 보여준 엔터프라이즈 사업이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사업은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30%, 37% 증가했다.
이날 주총에서 AI도입에 따른 기업의 책임 거버넌스 원칙인 '더 AI(T.H.E AI)'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통신기업(Telco), 인류(Humanity), 윤리(Ethics) 세 단어 앞글자와 AI를 합성한 단어다.
SKT는 △연결 △신뢰성 △다양성과 포용 △인류의 복지 증진 △결정의 투명성 △윤리적 책임 등 6가지 요소로 AI 거버넌스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다. 유 사장은 "인간중심적 AI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을 약속하고 고객정보에 대한 알권리, 자기결정권 등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AI컴퍼니를 천명했지만 아직 사업 근간을 받치는 건 물론 유무선 통신사업이다. AI 사업 아이템으로 유의미한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유 사장은 "유무선 통신사업이라는 든든한 기반이 있지만 AI 사업이 무르익어 규모의 경제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하기까지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활했던 주총 진행, 신 주주환원정책 공개도 '곧' 주주총회는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유 사장은 주주들로부터 98.4%의 찬성을 받아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김양섭 CFO의 사내이사 선임, 이성형 SK㈜ 사장 겸 CFO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노미경 HSBC 아태지역 리스크 총괄의 사외이사 선임 건도 모두 가결됐다.
일부 주주들은 SKT의 새로운 주주환원정책을 질의했다. SKT는 2021년 SK스퀘어와 기업을 분할하면서 2023년까지 이어지는 3개년 배당정책을 시행했다. 올해는 그 마지막 배당이다.
2021년 2분기부터 중간배당을 없애고 분기배당을 지급하는 게 기존 배당정책의 핵심이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배당은 2022년부터 830원으로 고정돼 있던 주당 배당금을 1050원으로 깜짝 증액해 주주들 사이에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올해부터는 새로운 주주환원정책을 시행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확정된 사안은 없다. SKT는 정부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맞춰 전략을 수립해 빠른 시일 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AI 전략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라 내부적으로 검토할 게 많다"며 "그동안 보여드린 주주환원, 기업가치제고 방향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