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역대 최대 배당 규모를 갱신했다. 지난해 실적이 두 배 가량 오르며 배당 총액도 두 배 증가했다. 2021년 소매금융 철수 이후 위험가중자산(RWA)의 감소로 자본비율이 꾸준히 상승하며 배당 여력을 충분히 확보했다.
한국씨티은행은이 씨티그룹 본사의 든든한 현금줄이 되어주고 있다. 씨티그룹 본사는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하자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 총액 1388억원…2021년 중단 후 2연속 배당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주당 435원, 우선주 1주당 486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 총액은 1388억원이다. 배당금은 4월 중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이번 배당은 씨티은행의 역대 배당 최고 기록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그간 씨티은행의 배당 최대 규모는 2011년에 배당한 1299억원이었다.
배당성향은 전년도에 이어 50%를 유지했다. 씨티은행은 2016년 배당성향이 54%에 달하는 등 적극적인 배당기조를 보였다가 이후 2018년 40%, 2019년 23%, 2020년 25%로 떨어졌다.
씨티은행이 소매금융 철수 이후 배당을 확대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2021년 소매금융 철수를 단행하며 희망퇴직 등의 비용 증가로 실적이 적자 전환했다. 이에 배당을 잠시 중단했지만 다음해부터 배당을 재개했다. 2022년 배당 총액은 732억원 규모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이번 배당 결정에 대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향상되었으며 자본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 적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씨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520억원으로 지난해말(1460억원) 대비 72.6% 증가했다. 4분기 결산을 합하면 2배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배당 성향을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했음에도 배당 총액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자본비율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2023년 3분기 씨티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26.82%로 전년 동기(16.71%)와 비교해 10.11%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같은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16.13%)과 비교해도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
소매금융 철수로 인해 대출자산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씨티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은 2021년말 33조9030억원을 기록한 후 2022년말 27조9961억원, 2023년 3분기 21조7365억원으로 꾸준히 감소 추세에 있다. 한편 자기자본은 6조576억원으로 2022년말 5조8021억원 대비 4.4% 증가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배당 이후에도 당행의 BIS 비율은 감독당국의 요건을 대폭 상회하며, 충분한 대손충당금과 자본 여력을 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성 악화하는 해외 본사에 현금 지원
한국씨티은행의 배당금은 고스란히 본사 씨티그룹의 수익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씨티그룹의 자회사인 씨티은행(Citibank N.A.)이 해외 투자를 위해 설립한 COIC(Citibank Overseas Investment Corporation)의 자회사다. 2014년 한국씨티금융지주의 한국씨티은행 합병 이후 지분율 99.98%를 소유하고 있다.
씨티그룹의 수익률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2023년말 씨티그룹은 당기순이익 92억달러로 전년도 148억달러의 순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38% 감소했다.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4.3%로 지난해 7.7% 보다 3.4%포인트 하락했다.
씨티그룹 본사는 현재 수익률 개선을 위해 대규모 정리해고 진행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 1월 중기적으로 직원의 10%인 약 2만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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