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비상장사 재무분석

한국씨티은행, 씨티그룹의 마르지 않는 샘물

이익잉여금처분액 83% 배당금…소매금융 철수 이후 배당 규모 늘어

박서빈 기자  2023-11-22 07:51:12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소매금융 철수 작업을 진행 중인 한국씨티은행이 여전히 모회사 씨티그룹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가계 여신을 정리 과정에서 위험가중자산(RWA)이 줄며 자본적정성이 좋아진 영향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자회사인 씨티은행(Citibank N.A.)이 미국 연방준비법에 의거해 해외 투자를 위해 설립한 COIC(Citibank Overseas Investment Corporation)의 자회사다. 2014년 한국씨티금융지주의 한국씨티은행 합병 이후 지분율 99.98%를 소유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배당금을 책정하면 모회사의 수익으로 잡히는 구조인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총 732억300만원을 배당금으로 사용했다. 그해 미처분이익영금 1조4452억8500만원 중 이익잉여금처분액 878억400만원의 83.3%를 배당에 쓴 것이다. 이때 확정된 배당금은 올 3월 말 처분됐다.

이는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가 13개 국가시장에서 소매금융 철수를 발표한 2021년 전보다 늘어난 규모다. 한국씨티은행은 2019년도에 652억원, 2020년도에 465억원 규모의 배당을 진행했다. 2021년은 소매금융 정리 작업 등으로 배당을 중단했다.


배당금 상향 조정의 주요 원인으로는 업계 최상위 수준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지목된다. 한국씨티은행의 올 3분기 26.82%로 전년 동기(16.71%) 대비 10.11%포인트 상승했다. RWA가 같은 기간 21조7365억원으로 전년 동기(33조2469억원) 대비 34.62% 감소한 영향이다.

CET1은 은행의 자본력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로, 주로 배당금을 비롯한 주주친화정책의 기준점으로 쓰인다. 같은 기간 같은 외국계 은행으로 분류되는 SC제일은행의 CET1은 16.13%를 기록했다. 이는 모회사인 씨티그룹보다 높은 수준이다. 씨티그룹의 CET은 13.5%이다.

씨티그룹의 재무적 상황도 고려 요소로 지목된다. 씨티그룹은 전세계 100여개국에 개인 및 기업 고객에게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지주회사(Financail holding company)로, 미국 대표 금융그룹이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은 이후 위상이 크게 추락한 바 있다..

씨티그룹의 올 9월 말 연간 자기자본이익률(ROE)는 6.7%로, 지난 13년간 씨티그룹의 최고 ROE%는 10.94%였다. ROE는 기업이 투입한 자기자본을 통해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당기순이익을 자본으로 나누어 구한다. 높을 수록 이익창출력이 높다는 의미다.


씨티그룹의 올 9월 말 당기순이익은 35억4600만 달러로, 전 분기(29억1500만 달러) 대비 21.6% 증가했다. 전년 동기(34억7900만달러) 대비로는 1.9% 늘었다.

이에 씨티그룹은 경영 쇄신 및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해오고 있으며, 현재 대규모 정리해고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일명 코드명 프로젝트 보라보라(Project Bora Bora)로 불리는 구조조정으로, 약 20년 만에 진행되는 대규모 조직개편이다. 이를 통해 수천 명이 씨티그룹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한국씨티은행의 배당금 상향 조정의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배당성향 정책 변화도 자리 잡고 있다. 2020년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 상황이 불확실한 점 등을 고려해 은행권에 20% 수준의 배당성향을 권고한 바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