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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한화엔진 향하는 돈다발, 재무구조 새 장 열까

인수 대금 등 1250억 유입…상환 대신 '투자 모드' 지속할 가능성도

이호준 기자  2024-02-20 07:42:41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선박 엔진 전문기업 HSD엔진이 '한화엔진'으로 이름을 바꿔 단다. 작년 2월 체결된 HSD엔진과 한화임팩트 간 주식매매계약 등에 따른 결과다. 이제 HSD엔진은 한화그룹 품에서 선박 엔진과 친환경 기자재, 발전설비 개발·생산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변화할 재무구조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달 말 주식 매매계약의 거래가 종료되면 HSD엔진은 한화임팩트에서 인수 대금 잔금 등으로 약 천억원 이상을 수혈받을 수 있다. 차입금 상환, 투자 등 돈 들어갈 데가 많은 HSD엔진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손에 쥘 1250억…재무구조 개선에 쓸까

HSD엔진이 한화그룹으로 편입될 예정인 가운데 이달 27일 약 895억원이 HSD엔진으로 유입될 전망이다. 작년 2월 양사 간에 체결된 주식 매매계약이 약 1374억원을 들여 구주(19%)를 인수하고, 나머지 895억원으론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14%)를 확보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예정된 자금 유입은 더 있다. 기존 최대 주주 인화정공은 HSD엔진이 들고 있던 에어인천 지분을 약 354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한화그룹 요청에 따른 것으로 역시 27일 관련 계약이 체결된다. HSD엔진으로선 약 1250억원을 손에 넣게 되는 셈이다.

앞으로 관건은 HSD엔진의 재무 구조다. HSD엔진은 2021년까지 부채비율 200%대를 유지하다가 2022년 선박 엔진 생산설비 증설에 본격 나서면서 부채비율이 급등했다. 2022년 상반기에는 556%까지 높아졌다. 작년 말 기준으로는 407%로, 소폭 낮아졌으나 역시 과도한 수준이다.

(단위:억원)

시장은 인수 대금 잔금이 유입되면 HSD엔진의 재무구조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보유 현금은 약 1240억원으로 전년(776억원)과 비교하면 다소 증가한 상황이다. 이 현금에 유입되는 인수 대금 잔금 등이 다 더해지면 일단 추가적인 순차입금(작년 말 873억원) 감소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영업에서의 수익성 개선도 재무 상황에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HSD엔진은 지난해 3년 만에 흑자 전환(영업이익 87억원)에 성공했다. 엔진 납품 대수 증가에 따른 매출 증가와 원가율 감소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든든한 뒷배 확보…'투자 혹은 상환' 시선은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회사가 '빚 상환'을 염두에 뒀을 때 얘기다. HSD엔진은 현재 친환경 엔진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에 몰두하고 있다. 암모니아, 메탄올, 액화이산화탄소(LCO2) 등 확대되는 친환경 선박 엔진 수주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출 규모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HSD엔진의 작년 3분기 말 별도 자본적지출(CAPEX)은 246억원으로 전년 말 CAPEX 총액(101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다행히 2024년 예상 투자액으로 작년 대비 감소한 70억원이 배정됐지만 한화그룹으로의 편입을 계기로 투자 계획은 다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로터세일, 탄소포집창 등 차세대 친환경 기술이 대거 적용된 한화오션의 그린십 사양 LNG운반선 조감도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한화그룹의 확장 의지가 상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친환경 추진시스템 등을 4대 성장축으로 지정한 바 있다. 특히 지난달 김동관 부회장은 최근 세계경제포럼 기고문을 통해 한화오션이 친환경 해운사 설립을 검토 중인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든든한 대주주를 업고 재무구조 개선까지 나설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에 피인수된 후 유상증자에 나서 약 2조원을 확보한 바 있다. HSD엔진에도 자금수혈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HSD엔진은 27일 주주총회에서 발행예정 주식의 총수를 1억7000만주에서 2억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안건을 처리한다.

HSD엔진 관계자는 "추가 현금 확보로 재무개선 등이 기대된다"며 "다만 구체적인 자금 용처 등은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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