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지난해 한화엔진(전 HSD엔진)의 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3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조선사로부터 엔진 수주를 확대해 손익이 개선된 가운데 선수금 등으로 현금 유입이 늘어난 덕이다. 이에 따라 전년 대비 차입 규모를 줄였음에도 보유 현금이 2배 증가했다.
◇실적 개선, 선수금·매입채무 증가…현금흐름
한화엔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 702억원을 창출했다. 앞서 2021년 마이너스(-) 458억원, 2022년 -211억원 등 2년 연속으로 음의 현금흐름을 기록한 다음이다.
여러 요인이 현금흐름 증가에 작용했다. 먼저 실적이 개선됐다. 한화엔진은 지난해 매출 8544억원, 영업이익 87억원을 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1.8% 늘었고 영업손익은 3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조선업계에 선박 주문이 몰린 2021~2022년 엔진을 대량으로 수주해 지난해 납기 물량이 늘어난 결과다. 한화엔진의 연간 신규 수주는 2020년 6010억원에서 2021년 1조417억원으로 뛰었고 2022년 1조7694억원을 기록했다.
일감이 늘어나니 수익성도 향상됐다. 지난해 원가율은 94.9%로 전년(99.7%)보다 4.8%포인트 하락했다. 매출에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빼고도 돈을 남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실적 이상으로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은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 부채의 변동(운전자본 변동)이다. 한화엔진은 지난해 운전자본 변동으로 1279억원에 이르는 현금을 창출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운전자본 변동에 따른 현금 증가분이 483억원 더 늘었다.
운전자본 변동에서 가장 비중이 컸던 것은 선수금이다. 지난해 선수금 증가분은 1328억원에 이른다. 신규 수주가 확대되고 그 중에서도 이중연료 추진엔진 등 고부가 엔진 비중이 커지면서 선수금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매입채무도 648억원 증가하며 현금흐름 개선에 기여했다. 늘어난 수주를 처리하기 위해 원재료 등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매입채무가 발생했다. 선수금과 매입채무가 늘면서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증가로 발생한 현금 유출을 상쇄하고도 남는 플러스 현금흐름이 만들어졌다.
들어오는 현금이 많아진 만큼 조달 규모는 축소된 모습이다. 한화엔진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2021년 615억원, 2022년 768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말 88억원으로 급감했다. 이처럼 조달이 감소했으나 현금(단기금융상품 포함) 보유량은 698억원에서 1214억원으로 2배 가까이 불었다.
◇한화그룹 합류 완료…친환경 투자 확대 전망
한화엔진은 지난해 말 이후 보유 현금을 더욱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최대주주가 인화정공에서 한화임팩트로 바뀌는 과정에서 한화임팩트를 상대로 약 9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시행했다. 한화임팩트는 인화정공 보유 지분을 매입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한화엔진 지분 32.8%를 확보했다.
한화엔진은 또 보유하고 있던 소시어스제5호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 합자회사 지분 355억원 규모를 인화정공에 넘기기도 했다. 이 합자회사는 앞서 에어인천 인수를 위해 한화엔진과 사모펀드 운용사 소시어스가 손잡고 설립한 회사다. 현재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에어인천 지분 51%를 지니고 있다.
최대주주 변경과 합자회사 지분 매각은 올해 2월 말 마무리됐다. 이와 함께 한화엔진은 주주총회를 통해 회사 이름을 바꾸는 한편 새로운 이사회를 꾸리고 한화그룹에 완전히 합류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엔진이 향후 한화그룹 전략에 발맞춰 친환경 엔진 개발 및 생산 역량을 확대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화임팩트는 산하 가스터빈 개조기업 PSM의 기술과 한화엔진의 엔진 제조 역량을 결합해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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