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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증권업 재건

종금 라이선스 유지해야 하는 이유 '발행어음'

③자기자본 1조1000억, 요원한 초대형 IB 인가…종금증권 전환시 '지름길'

최필우 기자  2024-02-07 13:47:25

편집자주

우리금융이 증권업 재건 로드맵을 새로 그렸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작년 한 해 다수의 증권사와 접촉했으나 조건이 맞는 매물을 찾지 못했다. 대안으로 소형사를 인수해 증권업 라이선스를 확보하기로 했다. 여기에 유상증자로 몸집을 불린 우리종합금융을 더하는 수순이다. 우리금융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 나가야 한다. 우리금융이 새로 수립한 증권사 인수 전략의 디테일을 분석해본다.
우리금융이 증권사 매물 눈높이를 중형사에서 소형사로 낮추면서 인수합병(M&A)을 통한 증권업 복원 의지를 명확히했다. 우리종합금융을 증권사로 단독 전환하는 경로는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종합금융업 라이선스 소멸을 감수해야 하는 '증권사 전환'이 아닌 합병을 통한 '증권업 추가'가 대원칙이다.

종금업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배경에는 발행어음이 자리한다. 발행어음업은 종금업 라이선스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혜택으로 꼽힌다. 증권사가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으려면 자기자본을 4조원까지 쌓아야 하고 녹록지 않은 초대형 IB 인가 과정도 거쳐야 한다. 우리종금이 증권업을 추가하면 자기자본 1조1000억원으로 단번에 발행어음 사업자가 된다.

◇핵심 조달 수단 자리 잡은 발행어음

우리종합금융 연간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수신 잔액은 5조3169억원이다. 이중 발행어음이 3조7683억원으로 71% 비중을 차지해 가장 많다. 매출어음(26%)과 CMA수탁금(3%)이 뒤를 잇는다. 발행어음을 여수신 업무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금융이 언뜻 간단해 보이는 우리종금 증권사 전환 카드를 꺼내들지 않는 건 발행어음업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각 5조원을 웃도는 규모로 커진 여신과 수신 업무를 지속하려면 발행어음이 필수다. 증권사로 전환하면 종금업 소멸로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 조달과 여신을 중단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기존 고객과의 신뢰를 깰 위험이 있다.

발행어음업 유지에 따른 장점도 계산에 깔렸다. 우리종금이 새로 인수하는 소형 증권사화 합병해 우리종금증권이 되면 종금업과 증권업을 동시에 영위할 수 있다. 자기자본 규모와 상관 없이 발행어음을 활용할 수 있는 증권사가 되는 셈이다.

우리종금은 지난해 12월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으나 아직 자기자본 1조1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증권사가 발행어음업을 하려면 4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쌓고 초대형 IB 인가를 받아야 한다. 약 3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 없이도 발행어음업을 기반으로 한 성장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금융 당국이 최근 초대형 IB 인가에 인색한 기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종금의 종금업 유지는 더욱 가치 있는 전략이다. 현재 초대형 IB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시키고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곳은 키움증권, 하나증권 등이다. 하지만 지난해 증권업계에서 주가 조작 사건, 미수금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인가가 요원해졌다.

◇우리은행과 '기업금융' 시너지 극대화

우리종금의 발행어음업 유지는 우리은행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금융은 증권사 M&A를 검토할 때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가장 중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발행어음업은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명가 재건'에 가장 크게 보탬이 될 수 있는 라이선스다.

증권사는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50%를 기업금융에 투자해야 한다. 기업금융 중에서도 A급 이하 회사채 매입, 기업 대출, 어음 매입, 지분 투자 등으로 활용처가 제한된다.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은 대기업 영업에 장점을 가진 옛 상업·한일은행을 전신으로 해 법인 영업 네트워크가 풍부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증권사 부재로 기업의 생애 주기 전반에 걸친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종금업 라이선스를 가진 증권사를 추가하면 우리금융이 구상하는 기업금융 서비스를 완성할 수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종금을 소형 증권사와 합쳐 자기자본 사이즈를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만 보는 시각이 많은데 발행어음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며 "소형 증권사 인수 후 우리종금과 합병하는 과정이 길을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합병 이후를 생각하면 오히려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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