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이 증권업 재건 로드맵을 새로 그렸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작년 한 해 다수의 증권사와 접촉했으나 조건이 맞는 매물을 찾지 못했다. 대안으로 소형사를 인수해 증권업 라이선스를 확보하기로 했다. 여기에 유상증자로 몸집을 불린 우리종합금융을 더하는 수순이다. 우리금융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 나가야 한다. 우리금융이 새로 수립한 증권사 인수 전략의 디테일을 분석해본다.
우리금융은 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종금이 본체가 되고 증권업 라이선스를 덧붙여 종금증권으로 변신하는 시나리오다. 비교적 수월한 소형 증권사 인수보다는 우리종금의 내실을 강화하는 게 증권업 재건의 핵심이다.
우리종금에 증권업이 추가되면 라이선스 유지에 필요한 자본적정성 기준부터 달라진다. 현재는 BIS 자기자본비율을 척도로 삼고 있지만 앞으로는 순자본비율(NCR) 관리가 필요하다. 종금업 특전인 여수신 업무는 증권업 NCR 관리 측면에선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있었던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비롯한 자본 확충이 필수다.
◇종금증권 되면 자본적정성 척도 'BIS비율→NCR'
금융 당국이 증권사에 적용하고 있는 자본적정성 기준은 NCR이다. NCR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제한 금액이 필요유지자기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보는 지표다. NCR이 높을수록 자본적정성이 양호하고 위험 규모 대비 보유 유동성이 충분하다고 해석된다. NCR 규제 비율은 100%이고 적정 비율은 500% 이상이다.
우리종금은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전업 종금사로 NCR 비율을 자본적정성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 종금사는 여러 금융 업무를 하나의 금융회사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라이선스다. 우리종금은 여수신과 투자은행(IB) 업무를 하고 있다. 여수신이 주력이라는 점을 감안해 BIS 자기자본비율을 자본적정성 기준으로 활용한다.
추후 증권사와 합병해 우리종금증권으로 거듭나면 종금업과 증권업을 병행해야 한다. 그룹사로 우리은행이 있어 여수신 비즈니스를 강화할 유인은 떨어진다. 증권업 재건 취지에 부합하도록 투자은행 업무를 확대하고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 등 전통적인 증권사 업무를 키워야 한다. 이때 NCR 관리는 필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 60곳의 NCR은 740.9%로 집계됐다. 규제비율인 100%는 물론 적정 비율로 여겨지는 500%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현행 NCR 제도가 증권사에 지나치게 관대해 자본적정성 개선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우리종금도 기준을 맞추는 데 무리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우리종금은 우리금융그룹 위상에 걸맞게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NCR 티어 그룹으로 삼아야 한다. 종투사는 투자매매업자, 투자중개업자 중 자기자본 3조원 기준을 충족하고 금융 당국의 지정을 받은 증권사다. 종투사 9곳의 NCR은 평균 1608.1%로 집계됐다.
우리종금은 지난해 유증 전까지 자기자본 규모가 6000억원 대에 머물렀다. 금융감독원은 자기자본 3000억~1조원 수준의 증권사를 중형사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종금 NCR은 중형사 평균 수준인 391% 안팎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자본적정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대출 자산
우리종금의 NCR 개선 작업은 다른 증권사에 비해 난이도가 높다. 일반적인 증권사와 달리 여수신 업무를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종금의 대출 자산은 총위험액에 포함돼 NCR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종금 연간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총여신은 5조5035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1%(5466억원) 증가했다. 지난 수년간 여신 자산 추이를 고려하면 2023년에도 성장세가 이어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수신 업무를 병행할 수 있는 게 종금업 라이선스의 최대 장점이지만 NCR 관리에는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는 요인이다.
지난해 12월 50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도 NCR 관리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여신 자산을 단기간에 정리하기 어려운 만큼 자본을 확충해 NCR을 높여야 한다는 계산이 깔렸다.
우리종금은 종금증권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당분간 종금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여수신 업무로 창출하고 있는 수익이 증권업을 키우는 밑천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간 종금 라이선스를 유지했던 메리츠종금증권(현 메리츠증권) 모델이 유력하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종금을 중심으로 증권업을 키우려면 가장 시급한 과제가 순자본비율 관리"라며 "NCR을 원하는 수준까지 높이려면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자본 확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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