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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수익성 기록 종근당, '빅딜' 업프론트 한방에 인식

'장부가 0원' 파이프라인 역대급 효자로…지주사 전환 후 첫 두자릿수 영업이익률

최은수 기자  2024-02-06 07:20:20
종근당이 작년 11월 기술이전을 통해 확보한 1000억원 규모의 계약금을 작년 4분기 한번에 인식했다. 회계 장부에 인식조차 되지 않던 프로그램의 잭팟 덕에 수익성 역사를 새롭게 썼다. 지주사 체제 전환 10년차에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도 눈길을 끈다.

◇장부에도 없던 '4년의 초기 임상 프로그램'으로 1000억 수취

종근당은 2023년 회계연도를 마감하는 과정에서 작년 11월 'CKD-510'를 기술이전 하는 과정에서 수취한 선급 기술료 전액을 장부상 이익으로 반영했다. 약간의 시차로 환율 변동은 있지만 계약금이 800만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한 번에 1000억원의 수익을 확보한 셈이다.


업계의 시선은 종근당이 빅딜에 따른 계약금을 언제 재무제표에 반영할지에 쏠렸다. 800만달러의 선급금은 대형 제약사 기준으로 놓고봐도 큰 규모다. 재무회계 처리 시점에 따라 단숨에 기업의 수익성과 체질 더 나앙가 업계 순위를 바꿀 수 있게 된다.

통상 기술이전을 통한 기술료 수익 인식은 각 계약 상대방과의 세부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앞서 종근당과 비슷한 규모의 딜을 성사한 에이비엘바이오의 경우 사노피로부터 확보한 총 910억원의 계약금을 3년에 나눠서 인식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작년 11월 계약을 마무리하고 익월 납입된 기술료 선급금을 전액 2023년 회계연도상 수익으로 인식한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당초 계획대로 계약금을 수취한 후 회계기준에 따라 실적에 곧바로 반영했다"고 말했다.

종근당의 CKD-510은 당초 샤르코마리투스(CMT)병 치료제로 임상 1상을 완료한 상태였다. 해당 프로그램을 마무리하기까지 약 4년의 개발 비용을 썼지만 자산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이는 감독당국 등에서 제정한 개발비용 및 자산화 처리 규정과 국제회계기준(IFRS) 등에 따라 후기 임상 이전 프로그램의 개발비용은 모두 '비용'으로 인식하는 영향이다. 그간 종근당의 장부상에서도 CKD-510의 임상진행 과정을 적시한 것을 제외하면 개별 가치에 대해 이렇다 할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지주사 전환 10년 기념 빅딜, '설립 후 첫 영업익 2000억'

종근당으로선 장부상으로 전혀 나타나지 않던 '깜짝 이익'을 2023년에 인식하게 된 셈이다. 통상 라이선싱 계약에 관한 수익과 비용은 계약상 의무 이행 정도에 따른다. 앞서 프로그램이 비록 심혈관계를 타깃하는 약물재창출(Drug repositioning)을 앞뒀지만 안전성을 검증하는 1상을 마무리한 것과 관련이 있어보인다.

더불어 이는 종근당의 수익 역사를 다시 쓰는 데도 기여했다. 1941년 종근당 설립 이래 2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건 2023년이 처음이다. 계약을 알린 2023년 11월은 종근당이 종근당홀딩스를 중심으로 지주사 개편을 마무리한 지 10주년이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주사 전환 후 처음으로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도 주목할만하다. 지주사 전환 후 종근당은 7~8%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종근당은 2019년 매출액 1조원 고지를 넘어섰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지속적으로 '제약사' 수준에 머물러 왔고 이는 종근당의 기업가치를 누르는 주요 요인이었다.

한편 종근당이 이번에 수취한 업프론트는 역대 국내 기술수출 사례 중 네 번째로 큰 금액이다. 최고액은 2015년 한미약품이 사노피에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기술이전하며 발생한 계약금 4억유로다. 단 한미약품의 기술은 2020년 9월 반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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