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가 지난해 영업적자 전환 이유를 해명하며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빠르게 해소했다. 코스피 이전 상장 앞두고 투자자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양극재 주요 원재료인 리튬 가격이 하락하자 연말에 예고했던 재고자산평가손실을 반영했다.
엘앤에프는 지난 15일 지난해 연결 기준(이하 동일) 영업손실 2241억원이 발생해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는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같은 기간 법인세차감전손익도 적자 전환한 마이너스(-)2972억원이다. 매출액은 18% 증가한 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엘앤에프는 잠정 실적 발표와 동시에 지난해 영업손실 원인을 설명하는 IR 자료를 공개했다.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부회장)가 실적 악화 원인과 향후 목표를 담은 주주 서한까지 작성했다.
엘앤에프는 투자자들이 실적을 오해하지 않도록 적시에 IR 활동을 펼쳤다. 잠정 실적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4분기 실적설명회를 열기 전까지 투자자 혼란을 야기하지 않으려는 행보다.
실적 발목을 잡은 건 재고자산평가손실이었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잠정 실적에 재고자산평가손실 2503억원을 반영했다. 리튬 가격이 하락해 인식한 평가손실액이다. 지난해 3분기 말까지 잡아둔 재고자산평가손실 충당금은 249억원이었다. 4분기에 대규모 재고자산평가손실을 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엘앤에프는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제조사다. 원재료 도입과 투입 간 시차가 제품 마진에 영향을 미치는 재고 래깅 효과가 작용하는 분야다. 양극재 판가는 주요 원재료인 리튬 시세가 좌우한다.
메탈 가격 상승기에는 긍정적 래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양극재 판가가 메탈 시세 변동에 연동되기 때문에 싸게 산 리튬으로 만든 제품을 비싸게 팔아 제품 마진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반대로 메탈 가격 하락기에는 비싸게 산 리튬으로 만든 제품을 싸게 팔 수밖에 없어 부정적 래깅 효과가 발생한다.
특히 메탈 가격 하락기에는 역래깅 효과와 더불어 재고자산평가손실까지 떠안게 된다. 현재 재고자산으로 보유 중인 양극재를 판매해 회수할 수 있는 돈(순실현가치)이 제조원가보다 적은 상황일 때는 차액을 재고자산평가손실로 인식하고, 매출원가에 반영해야 한다.
엘앤에프는 연말 재고자산평가손실을 반영한다는 점을 투자자에게 예고했다. 지난해 3분기 실적설명회 때 연말 결산 시 재고자산을 세부적으로 분석·점검해 관련 4분기에 비용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초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료 구매를 확대했지만, 리튬 가격 급락세와 전기차 수요 둔화 영향이 겹쳐 재고자산이 수익성 둔화 요소로 꼽혔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2분기 적정 재고(통산 매출액의 2개월 분량) 대비 6000억원 정도 추가적인 재고를 비축했다. 재고자산 취득원가로는 1조6520억원 규모다. 납품 물량을 맞추기 위해 최종 고객사, 리튬 공급 파트너사와 논의해 결정한 일이다. 엘앤에프는 당시 리튬 등 메탈 가격이 예측을 넘어 하락해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엘앤에프는 올해 재고 수준 정상화를 목표로 잡았다. 메탈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력회사와 협의해 리튬 구매량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3분기 말 재고자산 장부금액은 전분기 대비 1982억원 감소한 1조4383억원이다. 원재료 사급(고객사 등 납품처가 리튬을 공급해 주는 형태) 전환도 추진한다. 사급은 계약 기간 동안 리튬 가격 변동성에서 자유로운 구조다. 수익성 안정화를 위해 △음극재 △리튬 △배터리 재활용 등으로 사업다각화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