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지난주 LG이노텍이 증권사들과 공모채 주관업무 체결 계약을 맺은 가운데 KB증권이 배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KB증권과 조달 파트너십을 형성해왔지만, 최근 양사간 진행 중인 보험 소송 여파로 올해는 주관사단에서 배제시킨 것으로 알려진다.
IB업계는 향후 LG그룹 계열사의 주관사 선정까지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LG이노텍의 모회사인 LG전자는 오는 4월께 공모채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발행사들마다 금리 부담을 덜기 위해 대형 주관사단을 꾸리는 추세다. 주요 발행에서 제외되는 순간 연초 순위 경쟁에서 밀릴 수 있는 상황이라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LG그룹 커버리지 영향?…팜한농도 제외
22일 IB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지난주 최대 3000억원 물량 공모채 발행을 위한 주관사단 구성을 마치고 킥오프 회의를 진행했다. 오는 31일 수요예측을 통해 1500억원에 대한 대한 기관 투심을 확인한 뒤 증액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기구조는 3, 5년물로 구성했다.
주목할 건 대표 주관사단 구성 현황이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을 선정했으며 인수단으로는 하이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을 택했다.
지난 2020년, 2023년까지 조달 파트너로 활약해왔던 KB증권은 제외됐다. 최근 LG이노텍과 KB증권 양사간 일부 보험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 주관사 선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KB증권이 배제될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며 "발행규모 자체는 5000억원 미만으로 그리 큰 건 아니지만, LG그룹이란 주요 이슈어 그룹의 발행건을 놓친 것이기에 향후 커버리지 관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벌써 LG그룹 중 팜한농도 주관사단에서 KB증권을 제외한 상태다. 팜한농은 NH증권과 한국증권에게 수요예측 업무를 맡기고 이달 31일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계열사인 LG전자의 경우 오는 4월 발행을 앞두고 있어 업계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LG이노텍은 LG전자가 40.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LG그룹 내 전자부품기업이다.
LG전자 외에도 다수의 LG그룹 계열사들의 발행 로드맵에 이목이 쏠린다. LG화학, LX인터내셔널, LG CNS 등이 올해 공모채 시장을 찾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 LG에너지솔루션 등은 1월 이미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발행을 완료했다.
LG그룹은 공모채 시장에서 빅이슈어로 여겨진다. 작년 회사채(SB)와 여전채(FB)를 통틀어 가장 많은 채권을 발행한 그룹 순위 9위에 올랐다. SB부문만 추렸을 땐 SK그룹에 이어 2위에 오른 이슈어 그룹이기도 하다. LG그룹의 작년 한해 발행 회사채는 총 4조5100억원으로 전체 회사채 시장의 7.19% 비중을 차지했다.
KB증권의 커버리지 내에서 중요도가 큰 그룹사이기도 하다. 작년 한해 동안 LG그룹 DCM 발행을 가장 많이 많은 하우스로 꼽히기도 했다. NH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공동 1위에 올랐다. KB증권의 전체 DCM 실적(33조493억원)에서 LG그룹 할당 비중은 3.08%를 차지했다.
◇치열해진 주관경쟁, 연초 '긴장감' 고조
연초 상위권 하우스 RM(Relationship Management)들의 주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나 과거에 비해 발행 금리 수준이 올라와 있는 상태라 발행사들 마다 조달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많은 주관사를 선정하려는 기조다.
주요 발행사의 주관사에서 빠지지 않는게 중요해졌다. 빅이슈어는 물론이고 개별 중견기업 한 곳의 발행업무라도 제외된다면 바로 하우스 순위 경쟁에서 밀릴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나 KB증권은 작년 SB 부문에서 NH증권에 8년 만에 1위를 내준 상황이라 부담감이 큰 상황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LG이노텍 주관사단 변동만으로 LG그룹의 커버리지 지각변동을 예측하는 건 무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주관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대기업 발행 딜을 놓친 것이라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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